"1기 신도시 표심잡자"…대선주자 재건축·리모델링 공약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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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1기 신도시 정비 대책 앞다퉈 내놔
층간소음·녹물·주차난 겪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 활성화' 목소리 같지만…
재건축·리모델링 방향성은 갈려
층간소음·녹물·주차난 겪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 활성화' 목소리 같지만…
재건축·리모델링 방향성은 갈려
준공 30년차 주택이 속출하고 있는 1기 신도시에서 도시 정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가운데, 대통령 선거를 한달 앞두고 여야 주자들이 1기 신도시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3월 대선 향방에 따라 1기 신도시의 미래도 결정될 전망이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등 1989년부터 조성된 1기 신도시에서 준공 30년차를 맞은 주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4년 뒤인 2026년에는 28만1000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 공동주택이 모두 30년 이상된 노후주택이 될 예정이다.
이에 도시 정비에 요구도 높아졌다. 층간 소음이 심하고 상하수도 부식으로 인해 녹물이 나오며 만성적인 주차공간 부족 문제도 겪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아파트의 바닥 슬라브 두께는 13cm로, 현행 기준인 21cm보다 얇아 층간 소음에 취약하다. 수도관으로는 시간이 흐르면 부식되는 아연강관이 쓰였다. 정부가 아연강관 사용을 금지한 것은 1기 신도시 단지 대부분이 지어진 뒤인 1994년 4월이다. 주차면수는 현행 법정 기준인 가구당 1~1.2대에 못 미치는 0.8대로, 소형 평형 위주인 단지의 경우 0.3대 수준인 경우도 적지 않다.
안전 문제도 있다. 지난해 말 1기 신도시가 위치한 5개 지자체 시장들이 개최한 합동기자회견에서 이재준 고양시장은 "승강기, 변압기, 소방시설 등이 교체 연수에 달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전면 교체가 불가능하다"며 "단기간에 대규모로 시공된 구조물의 안전을 장담할 수도 없다. 1기 신도시 전체 432개 단지 중 내진설계가 반영된 단지는 단 한 곳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경기도 지역 공약 발표를 통해 △용적률 500%까지 허용되는 4종 일반주거지역 신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과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기준 완화 △중대형 아파트 1가구를 여러 가구로 나누는 세대 구분 리모델링 허용 △안전성 문제로 건축허가가 어려웠던 수직증축 리모델링 확대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신도시 특별법’을 통한 스마트도시 건설 등을 약속했다. 4종 일반주거지역 신설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고 재건축·리모델링 문턱을 낮춰주는 동시에 다양한 리모델링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도 수도권 신도시 재정비 공약 발표에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들고 나왔다. 개별 단지의 재건축·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보다 도시기본계획 재수립을 통해 도시 전반을 재정비한다는 구상이다.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도 면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족기능을 갖춘 스마트도시를 새롭게 설계하고, 1기 신도시별 상황에 따라 토지용도변경과 종상향을 통해 새로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대적인 재건축이 뒤따르는 구상인 만큼 이주 전용 단지 조성도 제시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정비사업을 통해 1기 신도시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는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분양가 상한제'다. 재초환은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오른 집값으로 얻은 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최고 50%를 국가가 환수하는 규제로,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동주택의 분양가를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아 정하도록 하는 분양가 상한제도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
윤 후보는 해당 규제들을 대폭 완화해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대폭 완화하고 분양가 상한제는 합리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분양가상한제는 공공 주도로 공급할때 싼값에 나눠주려고 하는건데 일반시장에선 어느 정도 자율화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1기 신도시의 향후 정비사업 방향을 결정할 요소로 보고 있다. 이 후보의 경우 수직증축 리모델링, 세대 구분 리모델링 등 리모델링 사업의 길을 열어주면서 재건축 규제는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1기 신도시에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고, 윤 후보가 당선된다면 규제가 대폭 완화된 재건축이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3월 대선 결과를 통해 정비사업 방향을 둘러싼 1기 신도시의 갈등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1기 신도시는 각 단지마다 노후된 아파트의 정비 방법으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두고 주민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재건축 추진위와 리모델링 추진위로 나뉘어 몸싸움을 벌이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두 후보의 공약에 차이가 있는 만큼 대선 결과에 따라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한 가지가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방향성이 정리되면 주민 간의 갈등도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등 1989년부터 조성된 1기 신도시에서 준공 30년차를 맞은 주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4년 뒤인 2026년에는 28만1000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 공동주택이 모두 30년 이상된 노후주택이 될 예정이다.
이에 도시 정비에 요구도 높아졌다. 층간 소음이 심하고 상하수도 부식으로 인해 녹물이 나오며 만성적인 주차공간 부족 문제도 겪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아파트의 바닥 슬라브 두께는 13cm로, 현행 기준인 21cm보다 얇아 층간 소음에 취약하다. 수도관으로는 시간이 흐르면 부식되는 아연강관이 쓰였다. 정부가 아연강관 사용을 금지한 것은 1기 신도시 단지 대부분이 지어진 뒤인 1994년 4월이다. 주차면수는 현행 법정 기준인 가구당 1~1.2대에 못 미치는 0.8대로, 소형 평형 위주인 단지의 경우 0.3대 수준인 경우도 적지 않다.
안전 문제도 있다. 지난해 말 1기 신도시가 위치한 5개 지자체 시장들이 개최한 합동기자회견에서 이재준 고양시장은 "승강기, 변압기, 소방시설 등이 교체 연수에 달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전면 교체가 불가능하다"며 "단기간에 대규모로 시공된 구조물의 안전을 장담할 수도 없다. 1기 신도시 전체 432개 단지 중 내진설계가 반영된 단지는 단 한 곳도 없다"고 강조했다.
노후화된 1기 신도시…여야 주자들 공약 릴레이
1기 신도시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야 주요 대선주자들도 팔을 걷고 도시 정비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공통적으로 용적률 상향과 재건축·리모델링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이 후보는 지난달 경기도 지역 공약 발표를 통해 △용적률 500%까지 허용되는 4종 일반주거지역 신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과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기준 완화 △중대형 아파트 1가구를 여러 가구로 나누는 세대 구분 리모델링 허용 △안전성 문제로 건축허가가 어려웠던 수직증축 리모델링 확대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신도시 특별법’을 통한 스마트도시 건설 등을 약속했다. 4종 일반주거지역 신설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고 재건축·리모델링 문턱을 낮춰주는 동시에 다양한 리모델링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도 수도권 신도시 재정비 공약 발표에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들고 나왔다. 개별 단지의 재건축·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보다 도시기본계획 재수립을 통해 도시 전반을 재정비한다는 구상이다.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에 대한 '정밀안전진단'도 면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족기능을 갖춘 스마트도시를 새롭게 설계하고, 1기 신도시별 상황에 따라 토지용도변경과 종상향을 통해 새로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대적인 재건축이 뒤따르는 구상인 만큼 이주 전용 단지 조성도 제시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정비사업을 통해 1기 신도시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는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분양가 상한제'다. 재초환은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오른 집값으로 얻은 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최고 50%를 국가가 환수하는 규제로,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동주택의 분양가를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아 정하도록 하는 분양가 상한제도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
'재초환', '분상제' 놓고 이견…재건축·리모델링 갈릴 듯
이 후보는 사업구역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개발이익을 환수해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다 현 정부에서 일부 민간택지로도 적용이 확대된 분양가 상한제는 전체 택지에 적용하고 분양원가 공개도 확대해 분양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구상도 더해졌다.윤 후보는 해당 규제들을 대폭 완화해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대폭 완화하고 분양가 상한제는 합리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분양가상한제는 공공 주도로 공급할때 싼값에 나눠주려고 하는건데 일반시장에선 어느 정도 자율화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1기 신도시의 향후 정비사업 방향을 결정할 요소로 보고 있다. 이 후보의 경우 수직증축 리모델링, 세대 구분 리모델링 등 리모델링 사업의 길을 열어주면서 재건축 규제는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1기 신도시에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고, 윤 후보가 당선된다면 규제가 대폭 완화된 재건축이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3월 대선 결과를 통해 정비사업 방향을 둘러싼 1기 신도시의 갈등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1기 신도시는 각 단지마다 노후된 아파트의 정비 방법으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두고 주민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재건축 추진위와 리모델링 추진위로 나뉘어 몸싸움을 벌이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두 후보의 공약에 차이가 있는 만큼 대선 결과에 따라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한 가지가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방향성이 정리되면 주민 간의 갈등도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