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기고 보고서…'北 단거리미사일 묵과'·'대북제재 스냅백' 재차 주장
외교원장 "北보다 국력 100배 강한 美가 먼저 전향적 정책 펴야"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최근 국내 싱크탱크에 기고한 보고서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진전이 있으려면 미국이 먼저 전향적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9일 세종연구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홍 원장은 지난 7일 공개한 '탈냉전기 정부별 대북정책 평가와 향후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정책연구 보고서에서 이런 주장을 내놨다.

보고서는 노태우 정부 이래 역대 정부별로 탈냉전 시기 한국의 대북정책을 평가하고, 독일 통일의 교훈 등을 고려해 향후 북핵문제·대북정책 해법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홍 원장은 북핵 문제에서 진전이 있으려면 "북한보다 100배 이상 국력이 강한 미국이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먼저 추진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한미 간 합의가 이루어진 백신 등 의약품과 식량, 식수 지원 등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대북제재의 '스냅백'(합의 위반 시 제재를 복원하는 방식) 제도 도입도 거듭 제언했다.

이와 관련, 그는 현재의 대북제재가 "단지 북한을 벌주는 정책으로 변질"됐다며 "스냅백 제도를 도입해 북한의 기만을 방지하면서 대북제재를 인도주의적인 부문부터 완화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보다 능동적으로 유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전략무기와 전술무기를 모두 구비해 가며 부분적·선택적 핵전력 폐기와 보상을 교환하는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은 전략핵을 먼저 포기하는 합의에 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일단 북한이 협상에서 모든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되, 부득이 한쪽을 먼저 포기할 경우에는 전술핵을 먼저 포기하는 쪽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의 안보 딜레마도 고려해야 한다며 앞서 여러 차례 주장했던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 정도는 문제 삼지 않는 상호안보적 관점"의 필요성을 재차 거론했다.

한편 그는 탈냉전기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대체적으로 노태우 정부와 진보 정부들은 남북관계를 개선했다.

노태우 정부를 제외한 보수정부들은 원칙과 이념을 앞세워 남북 간 충돌이 잦았고 남북관계는 악화됐다"는 총평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임명된 홍 원장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 묵인 등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 아닌 개인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밝혀왔다.

차관급 당국자인 국립외교원장으로서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이에 대해 외교부는 "개인의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