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 / 사진=한경 DB
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 / 사진=한경 DB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크래프톤, LG에너지솔루션 등 잘 나가던 대어급 공모주들이 코스피200 편입을 앞두고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200지수 편입에 따른 패시브펀드 자금 유입의 이점보다 공매도 리스크가 부각되면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다음달 11일에는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을 담으려는 전체 패시브 자금을 2조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2배 가까이 높은 59만700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50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이달 3일에는 장중 한때 44만1000원까지 내렸으나,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3거래일 연속 주가가 오르며 54만8000원을 회복하기도 했다.

이 기간 기관 투자자들은 4881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주요 주가지수에 편입되기 전 선제적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기금이 2136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국내외 주요 주가지수에 대부분 편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 자금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의 지수 편입을 알린 기관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14일 장 마감을 기점으로 MSCI글로벌스탠다드지수 대형주 부문에 편입될 예정이다.

코스피200지수 편입도 호재로 작용했지만 최근 2거래일간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1% 넘게 내렸던 주가는 전날 5.72% 빠지며 51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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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코스피200 편입과 함께 단기간 조정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코스피200에 편입된 종목들을 살펴보면, 공매도가 편입 첫날 집중된 후 급감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피200지수 편입으로 공매도 사정권에 든 첫날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이 공매도 폭탄을 맞으며 주가가 크게 빠졌다. 지난해 9월10일 카카오뱅크는 전일 대비 4.31% 하락한 6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당시 9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7거래일 연속 빠지며 6만원대로 주저 앉았다.

같은 날 크래프톤도 5.89% 급락한 44만7000원에 마감했다. 이는 공모가(49만8000원)를 10.24% 밑도는 가격이다. 당시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은 전일(지난해 9월9일) 종가를 기준으로 코스피200지수에 특례 편입됐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의 편입 종목들을 공매도할 수 있도록 허용한 상태다. 통상 코스피200 편입은 패시브 자금의 유입 효과를 누릴 수 있어 호재로 평가되지만 공매도 거래 가능 종목이 코스피200지수 및 코스닥150지수 종목으로 한정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 양날의 검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200지수 편입을 앞둔 종목에 투자할 때는 대차잔고지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차잔고란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후 갚지 않은 물량을 뜻한다. 대차거래는 국내 금융법상 공매도의 선행 요건이기 때문에, 향후 공매도가 얼마나 이뤄질지 추정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해석되곤 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9월10일 코스피200지수에 특례 편입된 직후 공매도 거래가 빠르게 증가했는데, 당일 거래대금의 34%에 해당하는 1620억원이 공매도 거래로 이뤄졌다"면서 "공매도가 출회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은 대차잔고 역시 늘어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