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공공앱' 따라하는 윤석열…당에선 "누가 코치하냐" 쓴소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사진)가 최근 들어 네이버, 카카오 등 IT(정보·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한 대선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먼저 시작한 ‘빅테크 배싱’을 벤치마킹한 것이지만, 민간 주도 성장을 앞세우는 보수당 철학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9일 ‘석열씨의 심쿵약속’을 통해 “영세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간편결제 수수료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며 “빅테크 금융업 규율에 대한 ‘동일기능, 동일규제' 적용 원칙에 따라 간편결제 수수료도 신용카드 등과 같이 준수 사항을 정할 계획”이라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빅테크 기업의 결제 수수료가 신용카드 결제수수료보다 최대 3배 이상 높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택시업계와 간담회 자리에선 “택시 플랫폼 사업이 이익의 엄청난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건 대단히 불합리하고 국민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재정으로 출자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국민께 많이 홍보해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택시호출앱 ‘카카오T’와 유사한 공공앱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런 공약들은 소상공인이나 택시업계의 민원을 공약으로 수렴한 것이다. 당내에선 “표를 위해 원칙 없이 정책을 남발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은 서울시의 제로페이(간편결제앱)나 경기도의 배달특급(공공배달앱) 등 지자체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불공정하다면 심판이 룰을 변경하면 된다”며 “직접 선수로 출전하겠다는 것 자체가 또다른 불공정을 낳을 뿐 아니라 시장과 경쟁해서 이길 경쟁력을 갖추기도 어렵다”고 했다. 당내에선 "도대체 어떤 참모가 이런 정책들을 윤 후보에게 갖다 주냐"는 얘기도 나온다.

경제계에선 ”보수당이 기업 의견도 제대로 듣지도 않고 공약을 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업체들은 윤 후보의 수수료 인하 공약에 대해 “정부의 영세자영업자 우대 정책에 맞춰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이미 수수료를 인하했다”고 항변했다. 윤 후보 측이 과도한 수수료라고 제시한 근거는 지난해 8월 기준 자료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의 창의와 혁신을 촉진한다더니 초기 투자 부담 등으로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는 업계 현실은 전혀 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