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급랭 속 규제 일부 완화로 부동산 시장 회복 도모
中, '공공임대'는 은행 대출총량 규제 제외…'부동산 살리기'
중국 정부가 공공임대 주택 사업에 대한 대출은 은행의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의 심각한 위축이 경기 급랭의 주된 원인이 된 가운데 나온 조처다.

9일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전날 공동으로 발표한 공고를 통해 앞으로 '보장성 임대 주택' 관련 대출을 부동산 대출 집중 관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보장성 임대 주택이란 주택 건설 사업자가 청년 등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70㎡ 이하의 소형 공공 임대 아파트다.

중국 정부는 공공 토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거나 사업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민간 부동산 개발 업체 등 다양한 사업 주체가 보장성 임대 주택을 짓도록 권장하고 있다.

올해는 240만 채의 보장성 임대 주택을 짓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이번 조처는 보장성 임대 주택 프로젝트를 지원하려는 게 우선적인 목적으로 꼽힌다.

하지만 은행들이 다른 일반 부동산 사업에 대출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드는 효과도 생긴다.

차이신은 그간 중국의 5대 국유 상업은행과 국가개발은행 등 대형 은행의 보장성 임대 주택 대출이 많았다면서 이들 은행에서 일반 부동산 대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차이신에 "대형 은행들이 (보장성 임대 주택) 관련 대출이 비교적 많아 부동산 대출 집중도가 높았다"며 "이번 공고 이후 (규제) 압력이 낮아지면 은행들이 부동산 사업 자금 대출 등 다른 부동산 관련 대출 업무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가 끝난 직후 나온 이번 조처는 작년 말부터 당국의 적극적 권고에도 시중 은행들이 여전히 부동산 기업을 향한 대출에 소극적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많은 가운데 나왔다.

중국 당국은 서민과 청년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은 주택 가격이 장기적으로 공산당의 집권 기반을 위협할 중대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2020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산업에 대한 강력한 돈줄 죄기에 나섰다.

하지만 그 결과 과도한 차입 관행에 익숙한 부동산 개발 업계가 순식간에 자금난에 내몰리면서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이던 헝다(恒大·에버그란데) 등의 연쇄 디폴트 사태로 이어졌다.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의 심각한 위기가 중국의 경기 급랭 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중국 당국은 작년 말부터 다시 '부동산 산업의 건강한 발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 온기를 불어넣으려고 노력 중이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기저효과 덕에 작년 1분기 18.3%까지 올랐던 분기 성장률이 작년 2∼4분기 7.9%, 4.9%, 4.0%로 떨어지면서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의 문을 열 중대 정치 행사인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5%대 성장 유지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작년 12월 자국의 2022년 경제성장률을 5.3%가량으로 예측하면서 '5% 이상'의 목표를 설정하라고 정책 당국에 공개 건의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2022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5.6%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 부동산 시장의 심각한 위축 현상은 크게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인(中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춘제 연휴 기간(1월 31일∼2월 6일) 중국 중점 도시의 신규 주택 거래 규모는 작년 춘제 때보다 47.9% 감소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커얼루이(克而瑞)부동산연구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29개 중점 도시의 주택 거래 면적은 작년 동기와 전월 대비 각각 46%, 37% 감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