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와 곤경에 처한 내면 묘사…'나라면 어땠을까' 메시지
주목받는 젊은 작가 임현(39·사진)이 두 번째 소설집 《그들의 이해관계》(문학동네)를 펴냈다. 첫 소설집 《그 개와 같은 말》 이후 약 5년 만의 신작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치밀한 서사로 인간 내면을 깊게 파고든다. 2018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그들의 이해관계’, 문학과지성사의 ‘이 계절의 소설’에 선정된 ‘거의 하나였던 세계’를 비롯해 9편의 단편을 담았다.

임 작가는 작품의 초점을 인물에 맞춘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체로 예기치 않은 사건·사고로 가까운 누군가를 여의거나 곤경에 빠지는데, 작가는 그런 인물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그린다. 이면에 드리운 상처와 나약함, 상황에 따른 순간순간의 선택과 그로 인한 감정의 요동이 잘 드러나고, 이를 통해 독자도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사건·사고와 곤경에 처한 내면 묘사…'나라면 어땠을까' 메시지
표제작 ‘그들의 이해관계’는 버스 사고로 배우자를 잃은 ‘나’가 그 사고를 피한 버스 기사를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자 해주가 휴게소에 내린 사이 타고 있던 버스가 떠났고, 뒤따라오던 버스에 대신 타 사고를 당한 것. 나는 누구도 선인도 악인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죽음을 피한 그 버스 기사를 탓하려던 마음을 내려놓는다. “사람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게 되면 결국엔 경로를 벗어나 버리게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버스 기사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수록작 ‘해원’은 배우자를 여의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를, ‘이해 없이 당분간’은 애인과 이별한 ‘나’가 애인과 자주 이용했던 시내버스에 탔을 때 버스 기사가 까닭 모를 울음을 터뜨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를 통해 작가는 타인에게서 받은 위로란 어떤 목적이나 의도 없이 다만 뜻밖의 상황에서 ‘스치듯 전해지는 것’이란 메시지를 전한다.

인물의 비밀을 한 겹씩 풀어내는 추리소설적 기법은 책의 흡입력을 더한다. 이는 화자의 시점에서 풀어내는 이야기가 진행 중일 때, 모든 전말이 다 드러났을 때 다르게 읽히도록 하면서 독자의 선입견을 끊임없이 건드린다. 수록작 ‘목견’에서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려 목숨을 끊은 데 대한 상처를 토로하는 마트 물류 직원이 사실은 현재 모종의 사건을 일으켜 사측의 조사를 받는 중이었음이 드러난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에서는 투자에 실패한 후 주차장 관리원으로 밀려난 노인이 어떤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을 만한 사람이었음이 드러난다.

201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임 작가는 2017년과 2018년 젊은작가상을 연이어 받으며 문단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