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봉 알루코 회장이 9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배터리 케이스 사업 규모를 설명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박도봉 알루코 회장이 9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배터리 케이스 사업 규모를 설명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알루미늄의 열전도율은 철의 세 배다. 무게는 같은 부피 기준 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배터리 냉각과 차체 경량화가 중요한 전기차업계가 알루미늄에 주목하는 이유다.

알루코는 국내 1위 알루미늄 소재 가공기업이다. 박도봉 알루코 회장은 “올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를 제조해 납품한다”며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10여 년 전부터 투자한 결실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연 10만t 생산…국내 1위

알루코 "전기차배터리 케이스, 10년 투자 결실"
알루코는 산업·건축용 알루미늄 소재 가공 전문기업이다. 생산품은 삼성전자 TV프레임부터 건축용 창호, KTX고속철 차체까지 100종이 넘는다. 대부분 알루코가 독점 생산하거나 시장 점유율 국내 1위 제품들이다. 창호 기준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생산 규모는 압출 기준 연간 10만t 이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알루코가 작년 매출 4600억원에 영업이익 2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한다.

배터리 케이스는 알루코의 차세대 먹거리다. 연간 500만 개 이상 생산이 가능하다. 글로벌 전기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전기차는 섭씨 1도의 변화에도 주행거리가 크게 바뀌기 때문에 배터리를 제대로 냉각시키지 못할 경우 화재 발생 위험도 있다”며 “알루코가 갖고 있는 압출 기술 덕분에 각진 케이스 수십 곳의 두께를 고객사가 요구하는 스펙에 맞춰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알루코는 2009년부터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 매장량 세계 3위 베트남에 투자하며 배터리 케이스 생산을 준비했다.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46만2000㎡ 규모 공장을 세웠다. 2024년까지는 추가 투자 없이 생산 물량을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알루미늄 가격도 상승세다. 알루미늄 선물은 8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전 거래일 대비 1.7% 오른 t당 3236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7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3380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알루미늄 가격 폭등에 알루코 주가도 9일 10% 이상 상승한 4180원까지 올랐다. 알루코가 보유한 원자재 재고에 대한 평가 가치가 올라가면서다.

○“글로벌 수준의 스마트 공장 구축”

박 회장은 대학 졸업 후 1988년 부인의 패물을 팔아 마련한 600만원으로 알루코의 지주사 케이피티유를 창업했다. 금형에 열을 가하고 식히는 과정을 통해 강도를 높이는 열처리회사가 시작이었다. 2002년 박 회장은 케이피티유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어 알루코의 전신 동양강철을 인수했다. 철제 캐비닛을 제작하던 기업이다.

박 회장은 이후 차세대 주력 제품을 알루미늄으로 정했다. 알루미늄과 코리아를 합친 알루코로 사명을 바꿨다. KTX 고속철 차체와 TV 프레임 등을 알루미늄으로 개발했다. 알루코를 2005년 유가증권시장에 다시 상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박 회장은 경기도와 대전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자사 알루미늄 공장을 모아 고향인 충남에 세계에서 제일 가는 생산기지를 갖추는 것을 마지막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충남 논산에 49만5000㎡ 부지를 이미 마련한 박 회장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생산부터 배송까지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최첨단 스마트공장을 세워 후대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