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하는 과정에서 수입품 수요가 급증해서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상품·서비스를 합한 무역수지 적자가 8591억달러(약 1030조원)로 전년보다 26.9% 늘어났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기존 최대 무역적자였던 2006년(7635억달러)보다 12.5% 증가했다.

지난해 수입은 2020년보다 20.5% 증가한 3조3900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출도 2조5300억달러로 18.5% 늘어났으나 수입에 비하면 증가폭이 작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 경제가 강하게 회복하는 가운데 재정 부양 정책까지 더해져 미국인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면서 상품 수입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제품 수입이 대폭 늘었다. 반면 미국의 중국 수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 미국 피터슨경제연구소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후 중국은 당초 약속한 미국 상품과 서비스의 57%만 구매했다고 집계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3553억달러로 전년보다 14.5% 증가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전인 2018년(4182억달러)보다는 중국 무역적자 규모가 줄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른 것도 무역적자 증가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미국의 평균 원유 수입 가격은 배럴당 60.40달러로 2020년 36.66달러보다 65% 증가했다.

지난해 미국의 가계부채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WSJ에 따르면 작년 미국 가계의 총부채는 15조6000억달러로 전년보다 1조200억달러 증가했다. 1조600억달러가 늘었던 2007년 이후 최대 폭이다. WSJ는 주택담보 대출과 자동차 대출이 모두 증가하면서 미국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의 주택 가격은 20% 급등했다.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함께 올라 자동차 대출도 7억34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였다. 뉴욕 연방은행은 지난해 모든 계층의 수입이 증가하고 소비자금융 연체율도 역대 최저치 근처에서 머물고 있어 가계 부채 상황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