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허문찬 기자
사진=허문찬 기자
KODEX2차전지산업 상장지수펀드(ETF)가 LG에너지솔루션을 10일간 나눠 편입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KODEX ETF는 기초지수인 ‘FnGuide 2차전지산업지수’의 특별변경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을 신규 편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KODEX2차전지산업ETF는 21.02% 비중으로 보유하던 LG화학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전량 대체하는 리밸런싱 작업에 착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 신규 상장에 따라 대부분의 ETF들이 리밸런싱에 나섰지만, KODEX2차전지산업ETF의 리밸런싱 방식은 이례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 편입 기간을 1~3일로 잡은 다른 ETF와 달리 10영업일(2월9~22일) 동안 나눠 편입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KODEX가 LG화학 주주들을 의식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ODEX2차전지산업ETF의 LG화학 편입비중은 지난 8일 기준 21.02%다. KODEX2차전지산업ETF의 시가총액이 1조156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유액이 2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경쟁사인 TIGER2차전지테마ETF의 두 배가 넘는다. ‘와이즈 2차전지 테마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TIGER2차전지테마ETF는 시가총액이 1조2055억원으로 KODEX2차전지산업ETF와 비슷하지만 LG화학 비중(현 LG에너지솔루션)은 10%로 절반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ODEX가 LG화학 주가를 급락시켰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이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밸런싱 첫날인 지난 9일 KODEX2차전지산업ETF는 LG화학 비중을 16.21%까지 줄이고 LG에너지솔루션을 3.88% 신규 편입했다. 업계는 KODEX가 매 거래일 목표비중의 10분의 1씩 LG에너지솔루션을 편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결정이 패시브ETF 관점에서는 모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경쟁사가 리밸런싱을 완료한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급등할 경우 비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해야 하고, 이는 수익률이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TIGER 2차전지테마ETF는 8일 하루만에 LG에너지솔루션 10.03%를 편입하며 리밸런싱을 완료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오르면 TIGER2차전지테마ETF는 상승분을 모두 수익률에 반영하지만 KODEX는 비싼 가격에도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물론 주가가 내려서 싸게 편입한다면 경쟁사인 TIGER와 격차를 벌릴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KODEX2차전지산업ETF의 편입 계획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9일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51만1000원까지 떨어지고, 10일 오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더 낮은 가격에 일부 물량을 사들이고 있다.

주가가 떨어진 만큼 리밸런싱 완료 일정을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코덱스는 LG에너지솔루션 편입을 발표하면서 “지수조치 일정은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오는 14일에는 MSCI신흥국지수와 MSCI전세계지수의 LG에너지솔루션 편입이 예정돼 있다. 편입 규모가 5000~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