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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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달러까지의 제약이 있던 내국인 대상 국내 면세점 구매 한도가 43년 만에 폐지된다. 그러나 면세업계에서는 "600달러의 면세 한도가 그대로인 만큼 이번 조치의 업황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979년 만들어진 구매 한도의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 세법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개정 시행규칙이 다음달 시행되면 구매분부터는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 한도가 사라진다. 따라서 해외로 출국하는 내국인은 면세점에서 5000달러어치 이상 물품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그동안 면세점 구매 한도를 당초 500달러에서 1000달러, 3000달러, 5000달러 등으로 늘려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직격탄을 맞은 면세업계 지원과 해외 소비의 국내 전환을 위해 한도 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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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면세업계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5000달러 구매 한도 폐지 자체는 호재지만 실제로 면세점의 내국인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인 '면세 한도' 기준은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향후까지 고려하면 긍정적인 소식"이라면서도 "당장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현 시점에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면세 한도는 1인당 600달러다. 5000달러 이상의 물품을 구입할 수 있더라도 600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므로 큰 이점이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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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중국인 따이궁(보따리상)이 주 고객이 된 국내 면세점들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루이비통, 샤넬, 롤렉스 등 명품 브랜드들이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하는 상황도 국내 면세업계에는 부담 요인. 해외 고가 브랜드가 아시아 시장 '큰 손'인 중국에 초점을 맞추면서 고객 집객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면세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내국인의 면세점 매출 개선을 위해 면세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020년 중국이 국가면세지구인 하이난의 내국인 면세 한도를 3만위안에서 10만위안으로 끌어올리며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이 세계 1위 면세점에 오른 것을 업계는 '면세 한도 상향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국내 면세점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면세 한도 상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