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 두고 내부 갈등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산하 조직들이 잇따라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산하 조직들의 지지선언이 확산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노총이 대선 정국에 휘말려 내분 상황에 놓이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9일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산별대표자 1490명은 한국노총 공식입장에 반기를 들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에 나섰다. 이들은 “공정, 정의, 상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갑질, 변명, 내로남불만 남발하는 현 정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는 노동의 가치와 노동 중심의 대한민국을 위해 윤 후보를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10일에도 이런 움직임은 계속됐다. 한국노총 전국외국기관노동조합연맹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에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지만 노동자들의 현실은 열악해 졌다"며 "공정과 정의가 통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윤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오는 15일에도 한국노총 중앙 산별노조 대표자들이 모여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을 할 예정"이라며 "10개 산별과 몇몇 지역본부에서 윤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8일 진행된 한국노총의 이 후보 공식 지지선언의 바탕이 된 대의원 선거 결과에서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60.3%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대의원 중 10명 중 4명은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는 의미"라며 "내부 단속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에 대한 지지가 이 정도로 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지지선언의 대표성에 대한 논란이 내부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도 9일 부산지역 산별대표자들의 윤 후보 지지선언장에 참석해 “150만 조합원의 한국노총이 이례적으로 조합원 총투표를 생략하고 조합원의 0.056%에 불과한 800여 명의 대의원으로 지지후보를 결정한 것은 여론 왜곡이자 공정과 정의를 내팽개친 것”이라고 성토한 바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결속되지 못한 모습을 보일 수록 이번 지지선언을 주도한 한국노총 지도부의 입지도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민감한 시기에 나온 노총의 지지 선언으로 인해 대선 직전까지도 내부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선 이후에도 갈등을 봉합하는 데 치러야 할 한국노총의 사회적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견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노총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총 건물에서 이재명 후보와 노동 정책 협약식을 진행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