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일본의 '피겨 스타' 하뉴 유즈루(28)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랑(戰狼·늑대 전사)'으로 불리는 중국 외교관들조차도 일본에 대한 비판을 잠시 멈추고, 하뉴를 환대하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전랑은 중국의 인기 영화 제목인 '전랑'에 빗댄 것으로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외교를 펼치는 중국 외교관을 가리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뉴는 올림픽 금메달 2개, 세계선수권 금 2개, 그랑프리 파이널 금 4개 등을 따낸 사상 최고의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꼽힌다. 최근 몇년간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중국에서 하뉴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중국 내 하뉴의 인기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얼마전 하뉴가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는 하뉴의 이름과 하트가 그려진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는 공항 직원이 언론사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중국 팬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하뉴를 '유지'(柚子)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유지'는 과일 유자를 가리킨다.

블룸버그는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의 전랑들도 하뉴를 응원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주일중국대사관은 하뉴의 경기를 앞두고 트위터에 "남자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이 이제 등장합니다. 정말 기대됩니다"라고 적었다. 하뉴와 일본 피겨스케이팅 선수 우노 쇼마, 중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진보양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해외 관람객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하뉴의 일본 팬들이 중국 팬들에게 "우리를 대신해 하뉴를 열심히 응원해달라"고 당부한 일이 있었다. 이때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알았다. 우리에게 맡겨라"라며 일본 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미국 주도의 외교적 올림픽 보이콧이 벌어지면서 중국은 미국과 같은 국가와 올림픽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하뉴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이런 우호적인 제스처는 눈에 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일본은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지만, 이를 '보이콧'이라고 선언하지는 않았다.

하뉴는 10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리는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다. 하뉴는 첫 번째 연기 과제로 쿼드러플 악셀을 시도할 예정이다. 그는 오로지 쿼드러플 악셀 점프 성공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3연패 달성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눈치라는 전언이다.

하뉴는 8일 열린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8위에 그쳐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중국 관영 CCTV는 "옥(玉)처럼 고운 얼굴과 소나무 같은 자세" "백조처럼 몸이 가볍다" "춤추는 용처럼 우아하다" 등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