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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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들어 상장사들이 배당확대 등 강화된 주주환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증권가에선 ESG(사회·환경·가버넌스)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강화된 데 더해 주주 환원을 늘려달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의식한 행보라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소액주주들은 단체행동을 통해 기업에 주주환원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배당확대·물적분할 중단하는 상장사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1402개사의 현금배당액은 28조6597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0년 기록한 사상 최대금액(22조9827억원)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컨센서스 추정기관이 1개 이상인 기업 중 9일까지 배당금을 발표한 곳을 제외한 1078개사는 작년과 배당규모가 같다고 가정해 산출했다. 전체 상장사의 배당 추이를 보기 위해 2020년 특별배당의 영향이 큰 삼성전자는 제외했다.

전향적으로 배당정책을 강화한 기업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SK는 2015년 통합지주사 출범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배당을 발표했다. SK 주주들은 기지급된 중간배당을 포함 주당 8000원의 배당을 받게 된다. 같은날 우리금융지주 역시 주당 배당금을 역대 최대수준인 900억원으로 결정했다. 앞서 기아는 배당금을 직전년도 대비 3배나 늘리는 '배당 서프라이즈'를 발표했다.
이밖에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시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상장사 중 매 분기 배당을 주는 회사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1분기 분기배당을 실시한 상장사는 6곳에 불과했다.

증권가에선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거뒀을 뿐 아니라 주주들의 눈치를 본 결과라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커진 목소리는 기업들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친고 있다. 콘텐츠 제작부문의 물적분할을 검토했던 CJ ENM은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쳐 물적분할을 잠정 중단했다. 알짜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기존 회사 주주들이 주가 하락 등 피해를 입은 사례가 증가하면서 물적분할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운용사-개미 힘 합쳐 실력행사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는 사례도 늘었다. 지난 9일 VIP자산운용은 한라홀딩스에 5% 지분 보유를 신고하며 "기업 가치 개선 효과가 주주환원 및 주주가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사주 매입·소각 등 명확한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휴온스글로벌의 소액주주들은 작년 고점 대비 반토막난 주가에 주주단체를 결성해 주주간담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사와 소액주주가 손을 잡는 경우도 있다. 지난 9일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을 상대로 배당성향 확대 등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는 한편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제기했다. 여기에 공감한 SK케미칼의 소액주주연대는 의결권을 모아 안다운용에 위임해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안다운용에 따르면 안다운용이 가진 SK케미칼의 지분과 주주행동에 동참한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합치면 5대 주주에 상응하는 지분을 갖고있다.

양일우 삼성증권 ESG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소액주주들은 앞으로도 자기 권리를 지키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기업 역시 이를 의식해 주주환원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슬기/박재원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