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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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중독 치료제로 쓰이는 약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환자들의 폐 손상을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코넬대학교 의과대학 및 뉴욕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 연구팀은 70년 이상 사용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약물인 '디설피람'이 중증 코로나19 및 기타 질병으로 인한 폐 손상 및 혈전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8일 미국 임상학회 학술지 'JCI인사이트(JCI insight)'에 실렸다.

디설피람은 지난 1949년 미국에서 '안타부세'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된 주혐제로 195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체내에서 아세트알데히드 효소의 작용을 막아 알코올에 강한 부작용을 일으키게 만들어 알코올 중독 치료에 효능이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설치류에 디설피람을 투약한 결과 이 약물이 면역반응을 매개로 한 폐 손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코로나19 외에 수혈 후 드물게 발생하는 폐부전의 일종인 수혈관련급성폐장애(TRALI)에도 효과가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이 두 가지 증상 모두 면역세포 중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 세포의 '세포외덫(NET)'에 의해 유발된다고 설명했다. 호중구 세포는 체내에서 세균 등 외부 감염성 유기체를 발견할 경우 DNA와 단백질로 이루어진 NET를 방출해 잡아 사멸시키지만 NET는 폐 조직과 혈관에도 해로울 수 있다. 폐에 부종을 일으키고 혈전 발생을 촉진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디설피람이 이 호중구의 NET형성 단계 중 하나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디설피람이 호중구 세포가 NET를 생성하는데 필요한 분자인 가스더민 D(GSDMD) 단백질을 방해하기 때문잉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하루 전 또는 감염 하루 뒤에 디설피럼을 투약한 생쥐에서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디설피람 투약 후 NET 형성이 감소됐고 흉터 같은 폐 조직 섬유화 그리고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으로 인한 손상 없이 유해한 염증 반응을 상당 수준 낮췄따.

이에 반해 표준 코로나19 치료법으로 쓰이는 면역 억제 스테로이드 제제인 '덱사메타손'의 경우 해당 증상으로부터 폐 조직을 보호하는 효과가 떨어졌으며 폐에서의 코로나19 수치도 더 높게 나타났다.

TRALI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디설피람을 투약한 쥐의 95%가 생존한 반면, 그렇지 않은 집단에서는 생존율이 40%에 그치기도 했다.

로버트 슈워츠 코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관련 폐 손상에 대한 좋은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디설피람은 특히 중증 코로나19 환자에 대해 더 조사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