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공대 박성진 교수 참여 국제연구…사이언스 게재
인간줄기세포로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물고기 개발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해 외부 자극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 물고기가 한인 과학자들의 주도로 세계에서 처음 개발됐다.

미국 조지아 공대와 에머리 대학교에서 활동하는 박성진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박사후연구원 이길용 박사 등과 함께 인간 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심장근육을 이용해 지능형 자율 바이오 하이브리드 물고기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 논문은 국제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이날 게재됐다.

박 교수는 2016년 7월 서강대학교 최정우 교수 등과 함께 쥐의 심장근육 세포를 이용해 스스로 움직이는 가오리 모양의 바이오 로봇을 만든 바 있다.

당시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인간 심장의 두 가지 내부 제어 기제를 이용해 로봇 물고기가 스스로 헤엄치고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기제는 기계 자극을 감지하는 심장 세포의 성질이다.

연구팀은 물고기 모양의 하이드로겔 양면에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로부터 분화한 심장 근육을 각각 붙여 물고기의 양쪽 근육 형태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물고기의 양쪽에 부착된 심장 근육은 한쪽이 수축하면 다른 쪽 근육이 이완되며 기계 자극이 발생하고 이 자극을 다시 심장 근육 세포가 감지해 자동으로 수축된다.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로봇 물고기는 양쪽에 부착된 근육이 상호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에너지원(포도당)이 있는 물속에서 스스로 헤엄을 쳤다.

두 번째 기제는 스스로 리듬을 조절하는 심장 박동 조직의 특성이다.

연구팀은 인간 심장 박동 조직과 비슷한 구조의 조직(G-node)을 만들었다.

이 조직에서 나온 심장 박동 리듬의 도움을 받아 로봇 물고기는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근육을 수축·이완했다.

내부 제어 기제를 통해 만들어진 로봇 물고기는 다른 바이오 로봇보다 운동 속도가 빠르고 수명이 길며 운동 효율성도 뛰어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연합뉴스에 "인간 근육이 운동하면 더 건강해지는 것처럼 로봇 물고기는 외부 자극 없이 내부 자극만으로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며 "기존에 개발한 가오리 모양의 바이오 로봇이 7일 생존했는데 이번에 개발된 로봇은 100일 이상 생존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운동을 통해 스스로 근육을 강화한 덕분에 가오리 바이오 로봇보다 5∼10배 정도 빠르게 움직인다"며 "근육의 효율이 일반 물고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심장 내부 제어 기제뿐만 아니라 광유전공학적 방식을 이용해 근육이 빛에 반응하도록 만들었다며 필요에 따라 외부 빛 자극을 통해 로봇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도 있다고도 소개했다.

인간줄기세포로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물고기 개발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이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와 결합해 인공 장기 개발, 맞춤형 환자 질병 진단 등에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가 인간 인공 근육 조직과 인공 심장 개발에 혁신적인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박 교수와 이 박사는 이번 논문의 제1공동저자이며 하버드대 대학원생 김성준씨는 제4저자다.

교신저자는 케빈 킷 파커 하버드대 교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