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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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재택치료를 받으려고 지역 병원에 전화 수십 통을 돌렸지만 결국 연결이 안 됐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진 재택치료자를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나누는 새 체계를 도입한 10일 곳곳에선 혼란이 잇따랐다. 각 지역마다 비대면 재택치료가 가능한 병·의원이 소수로 한정된 가운데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이 속출했다.

서울의 경우 이날 기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총 199곳에 머물렀다. 3만8000여 명에 달하는 서울 내 재택치료자 숫자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이런 와중에 비대면 재택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서울시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1875명이다.

이 가운데 비대면 재택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반관리군은 80%에 달한다. 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등 집중관리군을 제외한 대부분이 일반관리군에 해당한다. 일반관리군은 스스로 증상이 악화한다고 느끼면 비대면 진료 가능 의료기관에 연락해 전화통화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의료기관과 아예 연락조차 안 되는 일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의원 관계자는 “현장 환자를 두고 비대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산소포화도와 체온 등 정보 없이 확진자들의 설명에 의존해 치료하는 점도 부담스럽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얘기다.

일반관리군 환자들은 “재택치료가 아니라 재택방치”라는 불만을 쏟아냈다. 10일 오전까지 ‘확진자 및 동거인 안내’와 같은 상세 가이드라인이 배포되지 않아 환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먹는 치료제 등을 조제·전달하는 지정약국은 서울 지역에서 구별로 평균 두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대면 재택치료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인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확진자가 폭증한 데 따른 조치지만 관리상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확진자도 모르는 새 상태가 악화돼 중증·사망으로 진행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당장은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의원급 의료기관이 많이 참여해 관리 가능한 환자의 범위를 넓히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