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식사에서 문화로…'외식 시대' 이끈 셰프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시간조차 갖기 어려울 만큼 모두가 바쁘게 살아간다. 집보다는 바깥에서 혼자 끼니를 때우거나 동료나 지인과 간단히 식사하는 경우가 더 잦다. 그만큼 현대인에게 외식은 일상적인 일이 됐다.

하지만 외식은 단순히 고픈 배를 채우는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인터넷의 발전, 여행 문화의 확산 등으로 외식의 의미와 범위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아도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맛집을 찾아가고 SNS 등을 통해 지인들과 공유한다.

《외식의 역사》는 고대 로마부터 최근까지 2000년에 이르는 외식의 역사에서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킨 사회문화적 사건과 인물들을 살펴보고 의미를 분석한다. 저자는 영국의 음식 작가이자 BBC의 인기 프로그램 ‘마스터셰프(MASTERCHEF)’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고 있는 윌리엄 시트웰이다.

외식의 역사는 곧 사회문화사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거나 ‘집을 떠나 식사하기’라는 단순한 의미를 가졌던 외식 문화는 오늘날 다양한 감각과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역할로 확장됐다. 저자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레스토랑을 좋아하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의 사회상과 개인의 품격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끊임없이 요리법을 개발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세기 프랑스의 요리사 마리 앙투안 카렘은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차려내는 방식에서 코스에 맞춰 요리를 차려내는 방식을 고안했다. 요리사 모자도 처음 만들어 썼고, 소스의 분류법 및 제조법도 따로 만들었다. 이 밖에 가스스토브를 주방에 처음으로 도입한 알렉시스 스와예, 타코 기계를 발명해 패스트푸드 열풍을 일으킨 후벤시오 말도나도 등도 외식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저자는 외식 문화의 확장으로 인해 발생한 지구적 문제의 심각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초밥집이 늘어나며 생선 소비량이 급증했고, 환경운동가들은 ‘노! 스시’를 외치기 시작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