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KIC(한국투자공사)가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에 처음 투자했다. 기존엔 암호화폐가 국부펀드 투자처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다만 KIC 측은 “주요 지수를 복제하는 펀드가 지수를 따라 매수했을 뿐 암호화폐 투자에 부정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9일(현지시간) KIC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지분 공시에 따르면 KIC는 지난해 4분기 코인베이스 주식을 8700주 매수했다. 현재 주가 기준 190만달러 규모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위탁받은 외화를 운용하는 국부펀드다.

KIC가 암호화폐 관련 자산에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취임한 진승호 KIC 사장은 “(암호화폐 투자는) 국부펀드 투자처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었다. 이번 코인베이스 매수에 대해서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전세계지수(MSCI ACWI)를 그대로 복제하는 펀드가 지수를 따라 매수했을 뿐”이라며 “암호화폐 관련 자산이 국부펀드 투자처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로, 지난해 4월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코인베이스의 실적은 암호화폐 가격과 연동돼 움직였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3분기 매출 13억1000만달러, 영업이익 2억9181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6%, 187%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애널리스트 추정치를 밑돌면서 이후 석 달간 주가가 약 40% 빠졌다. 다만 이후 암호화폐가 급등하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다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코인베이스 매출은 191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9일 코인베이스는 전 거래일 대비 2.76% 오른 214.5달러에 장을 마쳤다.

KIC는 이번 분기보고서를 통해 코인베이스뿐 아니라 다양한 자산에 새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KIC는 전기차업체 루시드그룹(종목명 LCID) 주식을 10만2700주, 리비안 주식을 4만7200주 신규 매입했다. 또 후불결제업체 어펌(AFRM) 주식을 2만5900주 신규 매수했고, ‘동남아시아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도 25만4403주 사들였다.

반면 리오프닝 관련주로 분류되던 주식은 대거 처분했다.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주식을 전부(86만1931주) 처분했고, 차량공유업체 우버(UBER) 주식도 직전 대비 66%(224만2300주)나 줄였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