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은 임신 기간을 세 구간(임신 초기, 중기, 말기)으로 나눈 뒤, 구간에 따른 산모의 체중 변화를 기록했다. 산모는 크게 네 그룹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그룹은 초기에는 체중이 감소하고 중기에는 적당히 증가하다가, 말기에는 빠르게 증가한 산모였다. 두 번째 그룹은 임신 기간 내내 천천히 체중이 증가한 산모, 세 번째 그룹은 초기에는 느리게 증가하다가 중기부터는 적당한 속도로 증가한 산모였다. 마지막 그룹은 임신 초기에는 급격한 체중 증가가 일어나다가 중기에는 느린 속도로, 말기에는 적당한 속도로 증가한 산모였다.
연구진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5~14세가 됐을 때 체지방, 허리둘레, BMI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여자 아이에서는 그룹에 따른 차이가 발견됐다. 초기에 빠른 체중 증가를 보인 네 번째 그룹에서 태어난 아이가 가장 높은 체지방 비율과 허리둘레, BMI를 보였다. 반대로 초반에 체중이 감소했던 첫 번째 그룹에서 태어난 아이는 비만 수치가 가장 낮았다. 반면 남아에서는 그룹마다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를 주도한 베스 와이든 교수는 “소아 비만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자궁 내에서 노출된 영양분이 태아의 성별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임신 초기에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지만,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과정”이라며 “좀 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만큼, 무리하게 체중을 관리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학계에서는 산모의 체중 변화가 아이의 비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의견이 엇갈리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실제 최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대 연구진은 9000쌍의 산모·아이의 체중을 분석한 결과, 산모의 체중과 아이의 비만은 큰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BMI에 따라 산모를 정상, 과체중, 비만으로 세 그룹으로 나눴다.
그 결과 아이가 4세 이하일 때는 엄마의 체중이 아이의 BMI에 영향을 미쳤지만, 4세 이후부터는 연관성이 떨어졌다. 10세 이후부터는 연관성이 아예 사라졌다. 국내 전문가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는 정확한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외에서 관련 연구를 여럿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