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데이터 격차는 어떻게 불평등을 야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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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디지털경제와 데이터 소유
AI와 생명공학의 결합이 나타날 디지털경제시대의 데이터의 소유는 불평등과 사회적 긴장의 핵심요인.
AI와 생명공학의 결합이 나타날 디지털경제시대의 데이터의 소유는 불평등과 사회적 긴장의 핵심요인.
역사적으로 부자나 귀족들은 자신들이 우월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배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 귀족공작의 재능이 평균적인 농민보다 낫지 않았고, 그가 가진 우월함이란 당시의 불공정한 법적, 경제적 차별에 기반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부상과 생명공학이 결합되면 2100년에는 부유층이 정말로 빈민촌 거주자들보다 모든 면에서 더 재능 있고, 창의적일 수 있다.
불평등의 시작을 찾기 위해서는 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3만 년 전, 수렵·채집을 했던 인류는 어떤 사람들을 수천 개의 상아구슬과 보석, 예술품으로 장식된 호화로운 무덤에 안장한 반면 어떤 사람들은 맨땅에 구멍만 파서 묻었다. 농업혁명을 거치면서 불어나는 재산에 비례해 불평등은 더 커졌다. 땅과 가축, 도구의 소유권을 갖게 되면서 엄격한 위계 사회가 출현했고, 소수 엘리트가 대를 이어가며 부와 권력을 독점했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평등이 강조됐다. 공산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경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대중이 쓸모 있는 존재로 부상했기 때문이었다. 산업경제는 평민 노동자 대중에게, 산업화된 군대 역시 평민 병사에게 의존했다. 민주주의든, 독재정부든 대중의 건강과 교육, 복지에 대거 투자한 이유다. 이러한 추세는 21세기 초반까지 이어졌다. 계급과 인종, 성별 간 불평등 감소가 이뤄진 것이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정부나 기업 일방이 데이터를 소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약 데이터가 국유화된다면 정부는 대기업들의 힘을 제어하려 할 것이고, 이는 디지털 독재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의 힘을 두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권력을 가진 정부가 더 낫다는 보장은 없다. 데이터 소유를 규제하는 일은 그간의 토지나 기계 소유를 규제하는 것과는 다르다. 데이터는 동시에 어디에나 있으면서 아무 데도 없으며, 빛의 속도로 이동 가능하고, 무한대로 복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설득력 있는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데이터 소유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세계 경제의 불평등이, 사회적 긴장 정도가 결정되리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누가, 어떻게 데이터를 소유할지 깊고 폭넓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평등이 강조됐다. 공산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경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대중이 쓸모 있는 존재로 부상했기 때문이었다. 산업경제는 평민 노동자 대중에게, 산업화된 군대 역시 평민 병사에게 의존했다. 민주주의든, 독재정부든 대중의 건강과 교육, 복지에 대거 투자한 이유다. 이러한 추세는 21세기 초반까지 이어졌다. 계급과 인종, 성별 간 불평등 감소가 이뤄진 것이다.
신기술의 부상
하지만 21세기를 지나며 불평등이 심화되는 신호는 뚜렷하다. 최고 부유층 1%가 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문제는 AI와 생명공학으로 대표되는 신기술의 부상이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AI의 부상은 인간 대다수의 경제적 가치와 정치적 힘을 소멸시킬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생명기술이 발전하면서 경제 불평등을 생물학적 불평등으로 전환하는 일이 가능해질 수 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통해 지금까지 사람들은 지위를 상징하는 것을 살 수 있었던 반면, 머지않아 생명 자체를 돈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언한다. 수명을 늘리고 육체적, 인지적 능력을 높이는 새로운 치료를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인류는 여러 생물학적 계층으로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시간이 갈수록 빈부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2100년에는 부유층 1%가 독차지하는 것은 부만이 아니라 창의력과 건강까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하라리는 인류는 소규모의 슈퍼 휴먼과 그 외 계층으로 양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중은 다시 경제적 중요성과 정치적 힘을 잃으면서 국가는 이들의 건강과 교육, 복지에 투자할 동기를 잃어버릴 수 있다. 이러한 세상에서 세계화는 모두가 비슷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보다 수직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종으로 분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데이터의 소유
신기술의 부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누가 데이터를 소유할 것인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데이터가 누구 손에 집중되느냐에 따라 새로운 불평등이 시작될 것이다. 데이터 확보 경쟁은 이미 오래전 시작됐다. 구글과 페이스북, 텐센트 등이 선두주자다. 이들은 무료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 사람들을 모으고 이를 광고주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진짜 관심은 우리의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다. 이는 광고보다 훨씬 큰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점점 더 많은 데이터가 인간의 신체와 뇌로부터 스마트 기계로 흘러들어감에 따라 기업과 정부는 각 개인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기 쉬워질지 모른다.어떤 방식이 되었든, 정부나 기업 일방이 데이터를 소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약 데이터가 국유화된다면 정부는 대기업들의 힘을 제어하려 할 것이고, 이는 디지털 독재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의 힘을 두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권력을 가진 정부가 더 낫다는 보장은 없다. 데이터 소유를 규제하는 일은 그간의 토지나 기계 소유를 규제하는 것과는 다르다. 데이터는 동시에 어디에나 있으면서 아무 데도 없으며, 빛의 속도로 이동 가능하고, 무한대로 복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설득력 있는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데이터 소유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세계 경제의 불평등이, 사회적 긴장 정도가 결정되리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누가, 어떻게 데이터를 소유할지 깊고 폭넓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