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사고 난 기계 종류가 검찰 기소 내용과 달라"
자동차 협력업체서 협착사고로 노동자 사망…업체 '무죄' 판결
자동차 협력업체에서 협착 사고로 노동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해당 업체 측에 무죄가 선고됐다.

사고가 난 기계 종류가 재판부 판단의 핵심이 됐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 김용희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모 자동차 협력업체 법인과 현장 책임자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울산에 있는 이 업체에선 2020년 6월 5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설비에 끼여 숨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A씨는 발포 금형 기계에 재료를 배치(세팅)하는 업무를 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기계 위쪽이 내려왔고 신체 일부가 끼이면서 A씨는 사망했다.

이 발포 금형 기계는 아래쪽과 위쪽 금형이 닫히면 주물이 금형 안에 주입돼 가공되고, 가공이 끝나면 다시 금형이 열리는 공정을 반복하는 설비이다.

검찰은 사고가 난 기계가 산업안전보건 기준상 '프레스'(강하게 누르는 힘을 이용해 재료를 가공하는 기계)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측을 기소했다.

프레스 작업을 지시할 때는 노동자 신체 일부가 다치지 않도록 위험 부분에 덮개를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해야 했는데, 사측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작업 중 이상 발생 시 기계 작동이 중지돼야 하는데 제때 멈추지 않은 책임이 사측에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기계가 프레스가 아니라 '사출성형기'(용해된 플라스틱이나 고무 등을 금형 내에 주입한 뒤 응고시키는 기계)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즉, 검찰이 해당 기계를 프레스라고 규정해 재판에 넘겼는데, 프레스가 아니기 때문에 범죄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해당 설비가 열린 상태로 있다가 작업을 할 때마다 위쪽 슬라이드가 내려오는 프레스 방식이 아니라, 작업할 때 금형이 닫히고 완성품을 꺼낼 때는 열리는 사출성형기 방식으로 봤다.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 기준에서도 프레스와 사출성형기를 구분해 안전 검사 기준, 필요한 방호조치 등을 달리 정하고 있다"며 "프레스를 전제로 한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기계는 사고 방지를 위한 장치를 갖췄는데도, 불명확한 이유로 해당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며 "피고인들 책임으로 물을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