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사진=신현아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사진=신현아 기자
쉐보레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는 한 눈에 봐도 크기가 압도적이다. 우람한 차체 자체를 경쟁력으로 내세울 만했다.

2019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트래버스는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 모하비 등과 함께 국내 대형 SUV 시장의 저변을 확대한 차량으로 평가받는다. 그중에서도 트래버스의 덩치는 유독 더 크다. 실내 공간도 그만큼 더 널찍해 캠핑 등을 즐기는 데 최적화된 이른바 '아빠 차' 수요가 상당하다.

이번 신형 모델은 2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종전 모델 대비 알찬 주행보조·편의기능을 보강해 돌아왔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 호텔에서 경기 용인 처인구 한 카페까지 왕복 75km 구간에서 트래버스 '하이컨트리'를 타봤다.

하이컨트리는 트래버스의 최상위 트림으로 일부 실내외 디자인 요소와 옵션(선루프, 8인치 컬러 클러스터 등) 기본화 등에서 일반 모델과 차이가 있다. 국내에는 이번 부분변경 모델 출시와 함께 처음 들여와 관심이 쏠린다.
쉐보레 트래버스 후면. 사진=신현아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 후면. 사진=신현아 기자
쉐보레 관계자는 "크기로 치면 이만한 선택지가 시장에 없다"고 귀띔했다. 트래버스의 전장은 5.2m가 넘고 전폭 2m, 전고 1.8m에 육박한다.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모하비와 포드 익스플로러보다도 전장이 무려 20~30cm가량 길다.

휠베이스(축간거리)는 3073mm로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7인승 모델인 이 차는 3열이 있는데 3열도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이 닿지 않을 정도의 레그룸을 갖췄다. 7인승 모델에 대한 트래버스의 자부심은 널찍한 3열에서 비롯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시트가 1열에서 3열로 갈수록 높아지는 구조여서 뒤에 앉아도 답답함이 덜하다.

2열은 3열보다 훨씬 넓은 데다 좌우 양쪽에 각각 앉을 수 있는 독립식 시트가 적용됐다.
쉐보레 트래버스 트렁크(좌), 2~3열 폴딩한 모습(우). 사진=신현아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 트렁크(좌), 2~3열 폴딩한 모습(우). 사진=신현아 기자
트래버스는 아빠들의 '캠핑 로망'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차로 추천함직하다. 트렁크 용량이 무려 651L에 이른다. 전장 5m, 휠베이스 3m의 익스플로러의 용량(515L)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3열은 풀플랫(완전 접힘)이 가능하며, 접으면 1636L까지 적재 공간이 나온다. 2열까지 접으면 방 하나에 맞먹는 공간이 탄생한다. 성인 3명까지는 충분히 누울 수 있을 정도다. 1~2열 도어가 90도로 활짝 열리는 점도 어린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에게 실용적인 요소다. 카시트, 유모차 같이 큰 짐을 넣고 뺄 때 편리하다.

차량 곳곳에 220V 아울렛과 USB 포트, 컵홀더 등이 마련돼 편리성도 높였다. 2열에서는 열선시트를 비롯해 바람 세기, 온도 등을 좌우 시트별로 독립적으로 조절 가능하다. 하지만 2열 열선시트는 반도체 수급 이슈로 인해 일단 빠진 채로 출고된다. 쉐보레 측은 추후 무상 장착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쉐보레 트래버스. 사진=신현아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 사진=신현아 기자
주행도 이전 모델과 비교해 몇 가지 개선점이 눈에 띄었다. 우선 차가 한층 단단해졌다. 승차감을 고려해 큰 차를 다소 물렁물렁하게 세팅했던 탓에 울렁거렸던 전작의 문제점을 극복해냈다. 그렇다고 승차감이 떨어졌다고 보긴 어려웠다. 차의 단단함이 오히려 충격을 튕겨주는 느낌이었다.

3.6L V6 가솔린 엔진의 저력은 2t이 넘는 트래버스에서 잘 드러났다. 오르막 구간에서도, 급가속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버거운 기색 없이 잘 밀어준다. 이 차 최고출력은 314마력, 최대 토크는 36.8kg·m다. 갓 출발했을 때는 엔진이 덜 달궈졌는지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미세한 소음이 전해졌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이내 안정을 찾았다.

고속도로에선 묵직하고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륜구동 모드에서 그렇고, 이륜구동 모드로 전환해보면 움직임이 좀 더 가벼워지며 사륜구동에서 느끼지 못했던 경쾌함이 전해졌다.

복합연비는 8.3km/L인데 주행을 마친 뒤 확인한 평균 연비는 L당 12.9km에 달했다. 경로 특성상 고속도로 구간 비율이 높았고 차가 많이 안 밀렸던 덕분이다.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좌), 룸미러를 비추는 후방 카메라(우). 사진=신현아 기자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좌), 룸미러를 비추는 후방 카메라(우). 사진=신현아 기자
반자율주행 기능 도입도 이번 부분변경을 거치며 개선된 점이다. 신형 트래버스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전 트림에 장착됐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해 가·감속해주는 기능이다. 시속 10km 밑으로 떨어지면 거의 정차 수준을 유지하다가 다소 속도를 높이는 재출발도 돕는다. 저속에서는 작동을 멈추는 일반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의 차이점이다.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차선 변경 경고 시스템 등 총 15가지 능동 안전 사양이 기본 트림부터 장착된다. 편의 기능으로는 무선 충전,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의 무선 연결,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등을 지원한다. 안드로이드 오토 연결을 통해 티맵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어 순정 내비의 단점은 느낄 새가 없었다. 디스플레이 룸미러는 각도·밝기 조절과 줌인·줌아웃 기능이 포함됐다. 후방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비춰지며 카메라에 이물질이 껴 시야를 방해할 것을 우려해 워셔액 세척 기능도 함께 마련됐다.
쉐보레 트래버스 1열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쉐보레 트래버스 1열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아쉬웠던 건 차로 중앙 유지가 아닌 차로 이탈 방지에서 그친다는 점이다. 지속해서 조작이 필요한 스티어링 휠 때문에 신경 쓸 거리가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6000만원 중반대 가격에 비해 다소 빈약한 첨단·편의 기능도 아쉽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오토 홀드 등의 기능이 없다. 디스플레이 구성과 내장된 서비스 기능도 최근 나오는 차량들에 비하면 다소 아쉽다.

내외관 인테리어는 이전 세대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기존 상단 헤드램프를 하단에 배치하고 그 자리를 얇은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으로 대체한 점, 전면 램프가 다소 얇아지는 추세가 반영돼 한층 세련돼졌다는 점 정도다. 후면 램프도 가로로 길어지면서 날렵해졌다. 하이컨트리 트림은 여기에 고드릭 포인트가 가미된 크롬 그릴, 차량 측면에 부착된 하이컨트리 전용 레터링 등의 차이가 더해진다.
버튼 하나를 누르면 모니터가 위로 열리면서 숨겨진 시크릿 박스가 나온다. 영상=신현아 기자
버튼 하나를 누르면 모니터가 위로 열리면서 숨겨진 시크릿 박스가 나온다. 영상=신현아 기자
실내 인테리어는 미국산 모델 특유의 단조로운 특징이 잘 나타난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만한 실내는 아니다. 공조 장치의 물리적 버튼들은 직관적이지만 투박한 느낌이 있다. 버튼 하나를 누르면 모니터가 위로 열리면서 숨겨진 시크릿 박스가 나온다. 이전 트래버스부터 있었던 요소다. 디스플레이 사이즈는 차 크기를 고려하면 작은 편이다.

신형 트래버스의 가격은 5470만원(LT 레더 프리미엄)부터 시작한다. 시승차인 하이컨트리 가격은 6430만원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