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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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단단히 잘못돼 가고 있다"

담배를 입에 물고 흡연장으로 이동하는 일부 신병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가 타 부대로 전출당한 육군 병장의 토로다. 과거 군대에서는 '병장이면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병장의 위상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모양새다.

모 사단 포병대대에서 복무하고 있다고 밝힌 병장 A 씨는 최근 병사들의 제보 창구인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을 통해 "요즘 군대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 이제는 새로 들어오는 신병들의 눈치를 고참들이 봐야 한다는 말 다들 동의하냐"고 운을 뗐다.

A 씨는 "제가 이번에 그런 일을 당했다"며 "저희는 이번 신병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모두가 즐겁고 장난치며 군대에서 그렇게 외치던 선진 병영을 이뤄내며 잘 지내왔는데,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병들로 인해 모든 게 다 깨져버렸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신병들이 ①슬리퍼를 신고 막사 외부를 돌아다니고 ②입에 담배를 문 채 흡연장까지 이동했으며 ③군번줄을 착용하지 않았고 ④전우조 활동을 하지 않고 혼자 막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화 통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신병들의 이 같은 행동에 충격을 받은 A 씨는 주의를 줬지만, 신병들은 "간부들이 해도 된다고 했다"고 항변했다. 이후 부대 간부들 역시 신병들을 감쌌다고.

특히 군대의 '어머니'로 불리는 행정보급관(행보관)은 모든 분대원을 집합시킨 자리에서 A 씨 등 선임급 병사들을 향해 "너네가 (신병들보다) 나은 게 뭔데, 너네가 잘하는 게 도대체 뭐냐. 너네 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왜 애들한테 뭐라고 하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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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들과의 마찰 끝에 결국 군대 내 부조리 신고 시스템인 '마음의 편지'에는 A 씨의 이름이 적혔다. 이에 따라 A 씨는 타 부대로 전출됐다.

A 씨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냐. 제 행동이 그렇게 잘못된 행동이냐"고 네티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제 군 생활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며 "남는 건 저와 친했던 전우들뿐인데, 이젠 그마저도 없다.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A 씨의 사연을 접한 수많은 남성 네티즌은 1200개에 달하는 댓글을 달며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아무리 선진 병영이라 해도 무조건 신병부터 감싸는 분위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과 'A 씨의 행동이 부조리에 해당한다'는 반응으로 엇갈린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게 군대냐", "군대 거꾸로 돌아간다", "당나라 군대가 이것보다 낫겠다", "상하 위계질서가 다 박살 났다", "예전에 입대해서 다행이다", "너무 화가 난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A 씨가 신병들에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해던 말했던 행동들이 '왜 하면 안 되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그게 부조리", "분대장을 제외한 병 상호 간에는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뭐가 문제냐", "선진 병영화돼 가고 있어 그저 보기 좋다" 등의 반응을 보인 네티즌들도 있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