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5% 급등했다. 40년만에 최고치로 전망치를 웃돌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도 예상보다 자주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10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을 견딜 수 있는 종목을 꼽았다. 배런스는 "가격 결정력이 있어 인플레이션을 주도하는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며 "산업재나 소비재 관련 기업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깜짝 실적을 보인 캐터필러(CAT)가 추천 목록에 올랐다. 1925년 설립된 캐터필러는 장비, 엔진, 가스터빈, 기관차 등을 제조하는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 1위 업체다. 전 세계 건설기계 시장의 약 16%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주당순이익(EPS)은 2.36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1.97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높은 가격이 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캐터필러는 지난해 두 차례 가격을 올렸다. 지난 1월 진행된 실적 발표에서 캐터필러는 "올해에도 가격을 고려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은 치솟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가 인프라 구축에 돈을 쏟고 있는 점도 호재다. 미국은 지난 1월 교량 수리 및 교체를 위해 5년간 237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농기계를 만드는 CNH산업(CNHI)도 선정됐다. EPS가 3분기 연속 월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CNH는 "높은 가격이 매출을 증가시켰다"고 평가했다. 하락장에서도 돋보이는 성적을 냈다. 10일 미국 CPI가 발표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중돼 주요 지수가 하락한 와중에도 전일 대비 2.67% 뛰었다. 올해 들어 주가는 떨어졌지만 하락률은 0.7%에 불과하다.

P&G라고도 불리는 프록터앤드갬블(PG)은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재 기업이다. 섬유유연제로 유명한 다우니, 탈취제 페브리즈, 질레트 면도기, 칫솔 오랄비 등을 소유하고 있다. P&G는 지난해부터 기저귀, 여성용품, 헤어케어 등 10개 제품에 대한 가격을 수차례 인상했다. 오는 28일부터 세제, 다우니 섬유유연제 등 세탁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4월 중순부터는 건강보조 제품들 가격을 올린다. P&G 관계자는 "가격 상승이 실적에 도움이 됐다"며 "올해에도 더 많은 제품들의 가격을 올릴 것이고 이는 향후 실적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1위 담배회사 필립모리스(PM)도 점유율을 발판 삼아 적극적으로 자사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있다. 흡연자들은 담배의 중독성으로 가격 인상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이날 진행된 실적발표에서 필립모리스는 예상치를 웃도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글로벌 담배 시장에서 필립모리스의 점유율은 23.8%에 달한다. 필립모리스는 지난해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비롯해 궐련(종이로 말아놓은 담배) 가격을 올렸다. 필립모리스 경영진은 올해에도 가격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필립모리스의 주가는 9.76% 올랐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