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나프타 분해업체인 여천NCC 여수공장에서 11일 폭발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가 발생한 여천NCC 3공장은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사고 발생 직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두고 긴급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첫 인명사고를 낸 삼표산업에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기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에틸렌 생산공장에서 폭발사고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6분께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8명의 작업자 가운데 여천NCC 직원과 작업업체인 영진기술 소속 3명 등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영진기술 소속 나머지 4명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폭발은 발생했으나, 후속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회사 측은 이날 공식 사과문을 통해 “부상자 치유와 유가족 지원에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장 정비 후 열교환기 가동을 위해 압력을 높이던 중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국가 기관의 명확한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여천NCC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은 2001년 두 명의 사상자(사망 1명·부상 1명)를 낸 지 21년 만이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절반씩 지분을 투자해 1999년 설립한 회사다. NCC는 나프타크래킹센터의 줄임말로, 석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열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여천NCC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이날 사고가 발생한 3공장 등에서 연간 200만t가량 생산한다. 국내에선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등이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긴급 수사 착수한 고용부·경찰

고용부와 산업안전공단은 사고 직후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하고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수사에 들어갔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도 여천NCC 3공장 전체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고 수습 및 재해 원인 조사를 시작했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해당 기업은 50인 이상 사업장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3분기 기준 이 회사의 임직원 수는 1017명이다. 고용부는 “안전보건 관리책임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와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경찰청도 이날 전담수사팀 61명을 편성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여천NCC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사고 발생 즉시 현황 파악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법인이 다른 출자회사여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다만 사고 여파로 한화솔루션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6.8% 급락한 3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DL그룹의 석유화학 자회사인 DL케미칼은 비상장 회사다. 여천NCC 경쟁 업체인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 주가는 각각 전날 종가 대비 2.8%, 6.1% 상승했다.

여수=임동률/남정민/곽용희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