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이틀째 무단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갔다. 노조의 불법 점거로 건물 전체가 폐쇄돼 국내 택배 물량 절반을 책임지는 CJ대한통운은 업무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강제 해산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한편에선 ‘부실 대응’이란 비판이 나온다.

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 노조원 200여 명은 11일 서울 서소문동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집단 농성을 이어갔다. 건물 밖에서는 노조원 299명이 돗자리를 깔고 농성을 벌였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이뤄진 택배요금 인상분 중 3000억원을 사측이 과도하게 차지하고 있다”는 게 택배노조 주장이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이들은 전날 오전 11시30분께 본사 1층 로비와 3층 사무실을 기습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정문 유리문이 깨지고 몸싸움이 벌어져 CJ대한통운 직원 8명이 다쳤다. CJ대한통운은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택배노조를 주거침입,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

CJ대한통운은 이틀째 불법 점거가 이어지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 본사 건물 전체를 폐쇄했다. 이어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전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물량이 모이는 290여 개 허브터미널 등의 시설 보호를 경찰에 요청했다. 회사 관계자는 “본사 이외에 다른 시설에서도 불법 점거 및 폭력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병력 350여 명을 투입하고 건물 양쪽에서 출입 도로를 통제했다. 다만 불법 점거에 대해서는 퇴거 명령만 내린 뒤 별다른 강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고용노동청에서 불법이라고 판단한 뒤에 진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인근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점심시간 1시간 장사하는데, 손님들이 길이 막힌 줄 알고 아무도 오지 않아 영업 손실이 크다”며 “경찰이 노조의 불법 점거를 내버려두니 회사 인근 상가들도 불안감이 높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