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피해자 또 패소…오락가락하는 '이것' 때문 [오현아의 법정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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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마다 '소멸 시효' 기준 달라
서울은 2012년, 광주는 2018년 기준
강제징용 피해자 혼란 가중
대법원서 명확한 기준 정할 필요 있어
향후 상고심 결론에 관심 집중 될 듯
서울은 2012년, 광주는 2018년 기준
강제징용 피해자 혼란 가중
대법원서 명확한 기준 정할 필요 있어
향후 상고심 결론에 관심 집중 될 듯
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가 낸 손해배상 소송을 또 다시 기각했습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강제징용 피해자 민모씨의 유족 등 5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난해에도 서울중앙지법은 3건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의문을 품으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시 대법원은 "일본제철은 피해자에게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지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하급심은 대법원의 판단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요? 여기에는 첨예한 법리가 숨어있습니다. 이유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 시효'의 기준 때문입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손해를 안 날은 언제일까요? 바로 대법원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한 날부터입니다. 그 전까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인해 개인이 일본 정부나 기업 등에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는지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이처럼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던 기간은 손해배상 소멸 시효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대법원이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놓은 게 두 차례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사건의 3심(2012년)과 재상고심(2018년)에서입니다.
대법원은 2012년 5월 강제징용 피해자 여운택씨 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합니다. 그러나 파기환송의 경우, 원심에서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는 명령이기 때문에 판결을 확정짓는 것이 아닙니다. 이때문에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라도 불복하면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재상고'라고 합니다. 이 사건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일본 기업에 배상명령을 내렸으나, 기업 측은 이에 불복해 재상고를 신청합니다. 결국 사건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다시 오게 됩니다. 이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앞서 판단했던 "개인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정짓게 됩니다.
이로 인해 한 쪽은 대법원이 첫 판단을 내놓은 2012년을 '손해를 안 날'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한 쪽에서는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난 2018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8년 12월 광주고법 민사2부에서는 "2018년 10월로 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와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마다 다양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지만, 피해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선고 이후 원고 측 임재성 변호사는 “형식적인 소멸시효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보장받을 권리를 배척하는 것은 법원이 해야 할 소명을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임 변호사는 “2012년과 2018년 대법원 판결 사이 제기돼 상고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일부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소멸시효 기준 시점을 판단해주면 하급심 혼란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피해자들은 재판부에 대법원서 해당 기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놓을 때까지 하급심 판단을 멈춰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물론 여전히 한계는 있습니다. 대법원 판단이 이뤄진다고 해도 실질적 배상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일본 기업과 정부가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대법원 판결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어, 한국내 자산 매각을 위한 별도의 소송을 거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소송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다림이 계속되는 동안 피해자분들의 부고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하루 빨리 하급심의 법리를 정리해, 적어도 같은 법리로 판결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강제징용 피해자 민모씨의 유족 등 5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난해에도 서울중앙지법은 3건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의문을 품으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시 대법원은 "일본제철은 피해자에게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지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하급심은 대법원의 판단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요? 여기에는 첨예한 법리가 숨어있습니다. 이유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 시효'의 기준 때문입니다.
강제징용 피해자가 '손해를 안 날'은 언제인가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 부터 3년까지 입니다. 이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 시효'입니다. 그 이후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법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손해를 안 날은 언제일까요? 바로 대법원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한 날부터입니다. 그 전까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인해 개인이 일본 정부나 기업 등에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는지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이처럼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던 기간은 손해배상 소멸 시효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대법원이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놓은 게 두 차례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사건의 3심(2012년)과 재상고심(2018년)에서입니다.
대법원은 2012년 5월 강제징용 피해자 여운택씨 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합니다. 그러나 파기환송의 경우, 원심에서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는 명령이기 때문에 판결을 확정짓는 것이 아닙니다. 이때문에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라도 불복하면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재상고'라고 합니다. 이 사건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일본 기업에 배상명령을 내렸으나, 기업 측은 이에 불복해 재상고를 신청합니다. 결국 사건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다시 오게 됩니다. 이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앞서 판단했던 "개인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정짓게 됩니다.
이로 인해 한 쪽은 대법원이 첫 판단을 내놓은 2012년을 '손해를 안 날'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한 쪽에서는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난 2018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재판부마다 기준 오락가락...결국 답은 '대법원'
이에 재판부마다도 다른 판단을 내놓는 현실입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잇달아 "피해자가 손해를 인지한 날은 2012년 5월"이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2015년 5월 이후에 소송을 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멸 시효가 이미 지났다며 줄줄이 패소 판결을 내리는 것입니다.그러나 2018년 12월 광주고법 민사2부에서는 "2018년 10월로 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와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마다 다양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지만, 피해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선고 이후 원고 측 임재성 변호사는 “형식적인 소멸시효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보장받을 권리를 배척하는 것은 법원이 해야 할 소명을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임 변호사는 “2012년과 2018년 대법원 판결 사이 제기돼 상고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일부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소멸시효 기준 시점을 판단해주면 하급심 혼란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피해자들은 재판부에 대법원서 해당 기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놓을 때까지 하급심 판단을 멈춰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물론 여전히 한계는 있습니다. 대법원 판단이 이뤄진다고 해도 실질적 배상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일본 기업과 정부가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대법원 판결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어, 한국내 자산 매각을 위한 별도의 소송을 거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소송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다림이 계속되는 동안 피해자분들의 부고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하루 빨리 하급심의 법리를 정리해, 적어도 같은 법리로 판결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