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우려에 우크라이나 전쟁설…폭탄은 두 개였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전날 시장을 뒤흔들었던 1월 소비자 물가와 금리 폭등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잠잠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능성이 긴급하게 제기되면서 또 다른 폭풍이 휘말렸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통상 지정학적 요인의 증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으며 단기적일 경우 많지만, 허약해진 투자심리는 다시 한번 크게 흔들렸습니다. 결국, 다우는 1.43%, S&P500 1.90% 하락했고, 나스닥은 2.78%나 급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스닥은 한때 3% 넘게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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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시장은 3월 0.5%포인트 금리 인상설, 긴급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큰 폭 하락했습니다. 도이치뱅크, 씨티, HSBC 등이 줄줄이 3월 0.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고,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3월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7월 1일까지 100bp(1bp=0.01%포인트) 인상을 얻기를 원한다. 긴급회의(inter-meeting)를 통해 금리를 올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이에 대해 SGH매크로의 팀 듀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는 인플레이션 곡선에 매우 크게 뒤처져 있다. 당장 내일이나 금요일, 월요일에 긴급회의(inter-meeting)를 열고 움직여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날 오후 'Fed가 오는 14일 오전 11시 30분에 비공개 이사회를 개최한다는 정보'이 시장에 나돌았습니다. 사실 이는 Fed가 홈페이지에 공지한 것입니다. 통상 CPI가 나온 뒤 물가 점검 차원에서 열리는 것으로 예정된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FOMC 즉 이사들만의 모임이며,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이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를 결정하는 회의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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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시장은 3월에 FOMC가 있고, 다음 회의가 5월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4월에 회의가 없는 만큼 3월에 좀 더 강력한 긴축 조치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또 뉴욕 증시가 버티고 있는 것도 Fed가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들어 뉴욕 증시가 변동성이 컸지만, S&P500 지수는 전날까지 최고점으로부터 6.5% 떨어졌을 뿐입니다.

다행히 이날 아침 불안감은 상당히 줄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CNBC 등 미국 주요 매체가 Fed 관료들을 인용해 일제히 0.5%포인트 인상, 긴급 금리 인상 등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도한 덕분입니다. 블룸버그는 'Fed는 아직 0.5%포인트 인상이나 긴급 조치를 선호하지 않는다'(Fed Doesn’t Yet Favor a Half-Point Hike or an Emergency Mov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Fed 위원들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금리를 인상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급증하는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논쟁을 뜨겁게 한다'(Surging Inflation Heightens Fed Debate Over How Fast to Raise Rates)라는 기사에서 "일부에서 3월 FOMC 이전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Fed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CNBC는 "Fed는 더 큰 폭의 인상에 대한 시장 관측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리 인상에 대해 재단된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The Fed is still likely to take a measured approach to rate hikes despite calls for bigger action)라고 전했습니다. CNBC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중반까지 개선되지 않고 금리 인상 및 대차대조표 축소에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만 긴축 속도를 올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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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긴급 인상 등은 Fed가 인플레이션 곡선에 크게 뒤처졌다는 추측을 고착시킬 위험이 있다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런 충격적 조치가 없어도) Fed는 물가를 잡을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하반기 둔화할 것이다 △3월 FOMC 이전에 2월 CPI를 한 번 더 보기를 원한다는 이유 등을 들었습니다.

이는 Fed가 의도적으로 주요 매체에 흘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장이 너무 치우치는 걸 막기 위해섭니다. 지금같이 인플레이션 곡선에 크게 뒤처지는 상황에서 시장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 Fed도 뒤쫓아가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는 탓입니다.

그리고 전날 오후 불러드 총재 발언 이후 리치먼드 연방은행의 토마스 바킨 총재는 0.5%포인트 인상에 대해 "개념적으로는 열려있지만, 지금 당장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메리 데일리 총재도 "내가 선호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Fed는 이날 2월 15~3월 14일 채권 매입 계획을 발표, 공식적으로 긴급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없앴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채권을 사는 동안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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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전날 오후 좀 더 매파적으로 뷰를 바꿨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Fed가 올해 회의 때마다 7회 연속으로 금리를 0.25%씩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전까지는 다섯 차례 인상을 예측했었지요. 그러면서 "지금의 정책금리 수준은 부적절해 보인다. 임금과 가격의 나선형 상승에 빠질 우려는 심각하게 우려할 만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50bp 인상 예상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Fed 위원들은 3월 중 금리를 0.5% 인상하는 데 반대했다. 0.25%씩 연속적이고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경로를 취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은 그러나 "만약 다른 Fed 위원도 블러드 총재에 동조하게 된다면 우리 예측을 바꾸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시장이 3월 50bp 인상 확률을 계속해서 높게 본다면 더욱 그렇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주 절묘하게 균형을 지킨 것입니다. 아마 골드만삭스도 Fed 내부 분위기를 어떤 식으로든 감지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전날 2.05% 부근까지 올랐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2% 부근에서 안정적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전날 26bp 폭등한 1.64%까지 치솟아 2009년 이후 하루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던 2년물 수익률도 1.5%대에서 움직였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도 올해 3월 Fed가 금리를 50bp 인상 가능성은 5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전날 한때 100%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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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3% 반등하면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상승 폭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2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역시 전달(67.2)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61.7로 발표됐습니다. 201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시장 예상치 67보다 낮았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 탓에 소비자들의 심리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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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폭탄'이 터진 건 오후 12시 반이 넘은 때였습니다. PBS가 세 명의 국무부 관료를 인용해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로 결정했으며, 러시아군에 그 계획을 알렸다고 믿고 있다"라고 보도한 겁니다. 구체적인 보도에 뉴욕 금융시장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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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주가와 금리는 급락하고, 유가와 달러 및 금값은 올랐습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급격히 높아진 것입니다. 또 에너지, 군수업체 주식은 폭등했습니다. 노드럽그루먼 4.53%, 록히드마틴 2.79%, 제너럴다이내믹스는 1.06% 올랐습니다. 변동성지수(VIX)는 다시 30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습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 전략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Fed가 금리를 올리려는 최악의 시기에 경제 둔화까지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긴장까지 더해진 것은 지금과 같은 높은 변동성을 갖게 된 매우 좋은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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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오후 2시 브리핑에서 "푸틴이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 침공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지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지속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이 △러시아가 침공할 모든 군사 전력 요소가 준비됐다 △올림픽 기간(~20일)에 공격을 시작할 것 같다 △침공 시 공습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전자전과 함께 수도인 키예프 공습을 할 수 있다 △목표는 친서방정권 교체이다 등 구체적 정보들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은 늦어도 48시간 이내에 대피하라"라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특히 유가가 순간 5%가량 치솟았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5.66달러까지 치솟아 2014년 이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도 배럴당 94달러로 상승했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2위 산유국이며 천연가스 수출국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금융 제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을 막을 수도 있고, 러시아가 서방에 대한 압력 강화를 위해 일부러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을 잠갔다 풀었다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천연가스 공급의 40~5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되면 천연가스, 그리고 대체재인 원유 가격이 급등할 수 있습니다. JP모간은 러시아 제재로 인한 공급난이 현실화하면 브렌트유가 1분기 중으로 배럴당 15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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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가가 더 오르면 뜨거운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날 모건스탠리는 2월 미국의 CPI가 7.9%에 달해 1월 7.5%보다 더 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2월 CPI는 오는 3월 10일에 발표됩니다. 그리고 3월 16~17일 3월 FOMC가 열립니다. 월가 관계자는 "올해 일곱 번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주 곳곳에서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지금 일곱 번 인상은 월가 컨센서스가 됐다. 시간이 갈수록 Fed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란 관측은 강해지고 있다. 한 달 뒤엔 어떤 결정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채권 금리는 폭락했습니다. 2년물은 7.5bp 떨어진 1.51%에서 거래를 마감했고, 10년물은 9.7p나 폭락해 1.935%로 내려갔습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된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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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뿐이 아닙니다. 알루미늄 등 금속, 밀 등 농산물까지 러시아가 세계 공급의 큰 몫을 차지하는 원자재 모두가 가격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란 게 ING의 분석입니다. 러시아는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일 뿐 아니라 세계 2위 알루미늄 수출국이며, 니켈 구리 팔라듐 백금 수출량도 상당합니다. 또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었습니다. 한 해 수출량은 4000만t 규모로 세계 밀 교역량의 20%에 육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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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는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나서면 상품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 해도 서방이 강력한 제재로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면 원자재 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통상 이런 지정학적 위험은 뉴욕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LPL파이낸셜리서치에 따르면 1941년부터 한국전쟁을 비롯해 21번의 전쟁이 있었는데, 첫날 S&P500 지수는 모두 내림세를 보였고 평균 하락 폭은 -1.1%였습니다. 그리고 전쟁 기간 전체로 보면 평균 -4.6% 내렸습니다. 그 기간 바닥까지는 통상 19.7일이 걸렸고, 이후 전쟁 전 지수까지 회복되는 데는 43.2일이 소요됐습니다. 두 달이면 다시 회복된다는 뜻입니다. LPL 파이낸셜의 라이언 디트릭 전략가는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시장의 반응은 충돌이 오래가지 않는 한 통상 빠르게 회복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주요 갈등은 파괴적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증시가 지정학적 충돌은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우려에 우크라이나 전쟁설…폭탄은 두 개였다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도 5거래일 연속 내린 뒤 반등했습니다. 당시에는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불안감이 사실 더해졌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문제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대한 공습이 이뤄지고 서방의 군사적 대응을 초래하는 경우"라며 "미국이 참전하는 등 전면전 가능성이 커진다면 증시가 예상보다 크게 반응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