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는 평창 대회 전까지 유럽, 북미의 전통적인 동계 스포츠 강국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그런데 한국 썰매가 남자 스켈레톤에서 금메달, 남자 봅슬레이 4인승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체계적인 투자로 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장기 관리 노하우를 어느 정도 쌓으면 홈 트랙의 이점 속에 메달을 따낼 수 있다는 것을 한국 썰매가 보여줬다.
중국은 이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썰매 메달을 따내기 위해 약 8년 전부터 육상 등 다른 종목 유망주들을 썰매 선수로 전향시켜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터였다.
한국 썰매의 성공은 중국 썰매에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중국 썰매는 한국을 롤 모델로 삼고 베이징 대회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 저 한 게 한국 대표팀의 외국인 스태프들을 데려간 것이었다.
평창 대회가 끝나자마자 중국은 한국의 메달 신화에 큰 도움이 된 스위스 출신 장비 전문가 2명, 캐나다 출신 드라이빙 코치, 스프린트 코치 등 4명의 스태프를 영입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국에 남고 싶어 했지만, 중국이 우리가 주던 연봉의 두 배 이상을 부르자 '어쩔 수 없다'며 가버렸다"고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이 썰매 3종목 중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스켈레톤에 가장 많이 공을 들인 것도 한국이 쓴 '평창 신화'에 상당 부분 영향받은 결과다.
루지는 썰매를 미세하게 조종할 수 있어 늦은 나이에 입문해서는 세계 '톱 레벨'에 근접하기 힘들다.
봅슬레이는 썰매 성능이 성적을 많이 좌우한다.
반면, 스켈레톤은 루지와 다르게 미세한 조종이 어렵고, 서서 스타트하기 때문에 하체가 좋은 유망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면 짧은 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장비가 성적에 좌우하는 비중은 봅슬레이보다 낮다.
중국 썰매는 한국 썰매가 개척한 '올림픽 메달로 향하는 길'을 한국보다 더 냉정하고 철저한 방식으로 따라갔다.
스켈레톤의 경우 올림픽 개최국에는 출전권이 남녀 한 장씩 주어진다.
중국은 남자 스켈레톤 간판 겅원창이 올 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 덕에 한 장의 출전권을 더 따냈다.
그런데 겅원창이 정작 올림픽이 열릴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 트랙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대회 직전 그를 내쳤다.
그보다 옌칭 트랙 성적에서 앞선 후배 옌원강과 인정을 올림픽 무대에 올려보냈다.
옌원강은 11일 끝난 대회 남자 스켈레톤에서 1~4차 시기 합계 4분01초77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중국이 썰매 종목에서 수확한 사상 첫 메달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