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한국 인력 빼가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체 연구개발(R&D)에 나서기보다 한국의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 중국 기업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LCD(액정표시장치)의 시장 주도권이 단기간에 중국으로 넘어간 배경 중 하나로 인력 유출을 꼽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 인력이 중국 기업의 주된 타깃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50명이 넘는다. 대부분 LCD 분야 전문가다. LCD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이 개척한 시장이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중국에 1위를 내줬다. 가격경쟁력에서 중국 업체들을 당해내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지난해 2200억위안(약 40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삼성디스플레이(31조7100억원)를 넘어섰다. 국내 업체들은 LCD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의 완전 중단을 선언했고, LG디스플레이도 LCD 제품 생산량을 점차 줄이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도 중국으로 간 엔지니어가 적지 않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을 공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SMIC에서 일하는 한국인 엔지니어는 100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기업들은 헤드헌팅 업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한국인 엔지니어들을 모집한다. 핵심 엔지니어의 경우 ‘연봉 5억원에 체류비와 고급 아파트 보장’ ‘급여 10배 인상, 항공권 무제한 지급’과 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주요 기업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중국행을 택하는 엔지니어가 늘고 있는 배경이다.

송형석/양길성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