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 상장사 다섯 곳이 향후 3년간 적용할 배당 원칙을 공개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배당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국내외 주요 ESG 평가 기관은 배당 원칙을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지 여부를 G(지배구조) 부문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순이익의 10~50% 배당으로

13일 ㈜LG에 따르면 배당 원칙을 공개하는 LG 계열사가 매년 늘고 있다. 2020년 지주회사인 ㈜LG와 LG화학, LG유플러스 등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이 배당 원칙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는 5개 계열사가 배당 원칙을 새로 발표했다. 올해 처음으로 배당 원칙을 발표한 계열사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헬로비전, 지투알 등이다.

LG전자는 최근 올해부터 3년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일회성 이익 제외)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자들이 자신이 받을 배당금을 가늠해 중장기 투자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LG전자가 장기 배당 원칙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의 발표 내용도 LG전자와 동일하다. 연결 당기순이익 기준 20% 이상을 배당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LG이노텍은 배당 재원이 ‘당기순이익의 10% 이상’이다.

2020년 장기 배당 원칙을 공개한 LG유플러스는 올해 들어 배당 성향을 높여 잡았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의 40% 이상을 투자자들에게 배당으로 되돌려주기로 했다. 기존(30% 이상)보다 배당 성향을 10%포인트 올렸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중간 배당 도입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LG 계열사 중 가장 배당 성향이 높은 곳은 지주회사인 ㈜LG다. 이 회사는 2020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LG화학과 LG생활건강 등은 각각 순이익의 30%를 배당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배당 원칙 손보는 상장사들

장기 배당 원칙을 사전에 공지하는 제조업체는 의외로 많지 않다. 갑작스럽게 시설 투자나 인수합병(M&A)에 나설 경우를 대비해서다. 배당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투자 계획이 잡히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상장사들의 설명이다. 예외는 삼성전자처럼 ‘실탄’이 넉넉한 상장사들이다. 이 회사는 2018년부터 3년 배당 기준을 공개하고 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올해부터다. 주요 대기업에 ESG 경영이 정착하면서 장기 배당 원칙을 밝히는 곳이 급증했다. 배당액을 늘린 곳도 많다. SK하이닉스, 포스코, 삼성SDI, 롯데정밀화학 등이 지난달 실적 발표를 통해 배당액 증액을 선언했다.

중간배당, 추가배당을 발표한 곳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분기 단위로 배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SDI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10% 수준을 추가 배당하기로 했다.

MSCI 등 주요 ESG 평가 기관은 배당 규모보다 배당 예측성에 초점을 맞춰 기업에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배당 관련 공지를 통해 투자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 공지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배당 공지에는 배당 규모, 배당 성향, 배당 형태, 배당 시기 등이 들어가야 한다. 동종산업의 배당 관행, 주가 영향 등과 관련한 정보도 반영해야 한다.

송형석/김형규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