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디지털 접속성 시대의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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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비밀정보부 수장의 공개 발언
"우리는 안보의 극적 전환기에 있다"
해킹 전문 중국군 '61398부대'
노텔社 자료 탈취…결국 파산
우리 안보도 중국군에 노출될 우려
새 정권에선 이 문제 공개논의를
복거일 사회평론가·소설가
"우리는 안보의 극적 전환기에 있다"
해킹 전문 중국군 '61398부대'
노텔社 자료 탈취…결국 파산
우리 안보도 중국군에 노출될 우려
새 정권에선 이 문제 공개논의를
복거일 사회평론가·소설가
![[다산 칼럼] 디지털 접속성 시대의 안보](https://img.hankyung.com/photo/202202/07.14213001.1.jpg)
“MI6로선 중국의 흥기에 적응하는 것이 단일 최고 임무”라고 그는 선언했다. 그리고 “온 세계에서 ‘중국제’ 감시 기술이 발견되는 환경에 요원들이 적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지적대로 디지털 접속성의 시대에 적응하려면 그런 환경의 내력을 살피는 것이 긴요하다.
곧 임원 계정이 해킹당해 세계 곳곳에서 접속됐음을 발견했다.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임원 7명의 계정이 해킹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커들은 노텔의 기술 자료와 경영 계획을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듯’ 빼갔다.
범인들의 인터넷 주소는 중국 상하이의 한 빌딩에 있었다. 해킹 능력과 지속적인 침투로 봤을 때 그들은 해킹으로 유명한 중국군 ‘61398부대’ 소속임이 분명했다. 이 부대의 임무는 줄곧 중국의 경제개발계획에서 전략적 산업으로 지정된 산업들의 기술 획득이었다.
이런 행태에 대한 설명은 캐나다 안보정보국(CSIS) 요원이 제공했다. CSIS는 이미 1990년대에 중국 해커들이 노텔에 침투했음을 알고 노텔에 경고했다. 그러나 노텔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 요원이 중국으로 출장 가는 임원들에게 “지금 당신은 중국에 포섭되는 것이다. 한번 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경고했지만, 그들은 모두 중국으로 향했다. 그들은 이미 중국에 매수된 것이었다. 중국엔 그렇게 매수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2008년 캐나다 통신회사들의 3세대(3G) 이동통신 기기 구입 계약에서 갑자기 기술력이 향상된 중국 화웨이가 노텔보다 40% 싼값을 제시했다. 계약 수주 실패로 노텔은 이듬해 파산 신청을 했다. 몇 해 전만 해도 9만 명 넘는 종업원에 캐나다 증시 시가총액의 30% 이상 가치를 지녔던 세계적인 통신장비회사가 무너진 것이었다. 노텔의 시장과 기술 인력은 화웨이가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노텔의 기술이 거의 다 중국으로 새나간 것을 가리킨다. 물론 화웨이는 노텔의 기술을 훔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거짓말이 아니다. ‘61398부대’가 노텔의 지식재산을 탈취해 화웨이에 제공한 것이다.
지금 화웨이 장비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여러 나라가 걱정한다. 장비에 뒷문(backdoor)을 설치하지 않아도 화웨이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나 업데이트를 통해 장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MI6의 수장이 공개적으로 ‘중국제 감시 기술’을 걱정하는 것이 이해된다.
정권이 바뀌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그 파격적이고 신선한 연설에서 MI6 수장은 인상적인 얘기를 했다. “우리는 비밀로 남기 위해서 보다 공개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