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균태 경희대 총장 "기업은 글쓰기 능력 요구…경희대, 인문학 융합교육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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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그리는 총장을 만나다
영상 익숙한 MZ, 문해력 부족
타 대학, 실용 학문 강조하는데
필수 이수과목으로 글쓰기 지정
팬데믹 끝나도 메타버스 활용
비대면 수업 사라지지 않을 것
영상 익숙한 MZ, 문해력 부족
타 대학, 실용 학문 강조하는데
필수 이수과목으로 글쓰기 지정
팬데믹 끝나도 메타버스 활용
비대면 수업 사라지지 않을 것
경희대 학생은 1~2학년 때 글쓰기 수업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성찰과 표현’ ‘주제연구’라는 과목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 다른 대학이 주로 회계학, 코딩, 영어 등 실용학문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과는 궤가 다르다.
최근 대학가의 트렌드는 철학·문학 등 인문학 관련 과를 통폐합하고, 실용학문 위주로 수업 구성을 재편하는 것이다. 경희대는 되레 2011년 설립한 인문학 전문교육기관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중심으로 글쓰기 등 교양과목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균태 경희대 총장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세상을 바꾼 기업인은 인문학에 기반한 남다른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안목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총장은 “인문학이 실용적이지 않다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비대면 사회로 접어들수록 오히려 글쓰기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며 “영상매체에 익숙하고 문해력이 부족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입사하면서 많은 기업이 글쓰기 능력 향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깊숙하게 성찰할 수 있는 능력, 논리적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희대는 올해 △경영대학 빅데이터응용학과 △생명과학대학 스마트팜과학과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학과 등 3개 첨단학과를 신설했다. 이 학과의 설립 취지도 인문학적 가치와 연관돼 있다.
한 총장은 “스마트팜과학과는 원예생명공학과 스마트 기술을 융합한 학과”라며 “환경친화적이면서 생산력도 뛰어난 농업기술을 선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학과에 대해서는 “기술 개발에만 집착하지 않고 인간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인재를 육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총장은 이미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비대면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더 이상 전면 대면수업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대면수업과 비대면수업을 융합한 ‘하이브리드형 수업’ 방식이 적합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한 총장은 “학생이 이미 비대면에 익숙해졌고 메타버스 기술의 발달로 현실보다 더 효율적인 체계가 만들어졌다”며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해외 유명 교수의 수업도 원격으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며 “교수가 학생에게 직접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상호 소통을 강화하고 조별과제 등을 통해 창의적으로 과제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력 대선주자들이 ‘정시 확대’를 공통 교육공약으로 내놓은 것과 관련해서도 “수능 성적만 보고 학생을 뽑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인재상이 다양해진 만큼 정부가 일괄적으로 정시 비율을 정해 주기보다 대학이 자율적인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총장은 경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유타주립대에서 언론학 석사, 텍사스주립대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에서는 1988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쳤다. 언론정보대학원장, 정경대학장, 서울부총장, 대외협력부총장 등을 거쳐 2020년 경희대 첫 직선제 총장으로 당선됐다.
최만수/최세영 기자 bebop@hankyung.com
최근 대학가의 트렌드는 철학·문학 등 인문학 관련 과를 통폐합하고, 실용학문 위주로 수업 구성을 재편하는 것이다. 경희대는 되레 2011년 설립한 인문학 전문교육기관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중심으로 글쓰기 등 교양과목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균태 경희대 총장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세상을 바꾼 기업인은 인문학에 기반한 남다른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안목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문학, 非실용적이란 편견 버려야”
경희대가 2010년대 초반부터 인문학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한 것에 대해 학교 안팎에선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취업률을 끌어올리려면 실용학문 비중부터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한 총장은 “인문학이 실용적이지 않다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비대면 사회로 접어들수록 오히려 글쓰기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며 “영상매체에 익숙하고 문해력이 부족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입사하면서 많은 기업이 글쓰기 능력 향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깊숙하게 성찰할 수 있는 능력, 논리적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희대는 올해 △경영대학 빅데이터응용학과 △생명과학대학 스마트팜과학과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학과 등 3개 첨단학과를 신설했다. 이 학과의 설립 취지도 인문학적 가치와 연관돼 있다.
한 총장은 “스마트팜과학과는 원예생명공학과 스마트 기술을 융합한 학과”라며 “환경친화적이면서 생산력도 뛰어난 농업기술을 선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학과에 대해서는 “기술 개발에만 집착하지 않고 인간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인재를 육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종식돼도 비대면 일부유지
한 총장은 대면수업 전환에도 남다른 목소리를 냈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대면수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하지만 한 총장은 이미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비대면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더 이상 전면 대면수업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대면수업과 비대면수업을 융합한 ‘하이브리드형 수업’ 방식이 적합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한 총장은 “학생이 이미 비대면에 익숙해졌고 메타버스 기술의 발달로 현실보다 더 효율적인 체계가 만들어졌다”며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해외 유명 교수의 수업도 원격으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며 “교수가 학생에게 직접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상호 소통을 강화하고 조별과제 등을 통해 창의적으로 과제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자율성 확대해야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위기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한 총장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대학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에 밀려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며 “대학의 위기는 결국 국가 연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대학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해 스스로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최근 유력 대선주자들이 ‘정시 확대’를 공통 교육공약으로 내놓은 것과 관련해서도 “수능 성적만 보고 학생을 뽑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인재상이 다양해진 만큼 정부가 일괄적으로 정시 비율을 정해 주기보다 대학이 자율적인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총장은 경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유타주립대에서 언론학 석사, 텍사스주립대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에서는 1988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쳤다. 언론정보대학원장, 정경대학장, 서울부총장, 대외협력부총장 등을 거쳐 2020년 경희대 첫 직선제 총장으로 당선됐다.
최만수/최세영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