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의 ‘허수 청약’으로 가격이 부풀려졌지만 상당수 종목이 상장한 지 1년도 안 돼 주가가 시초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공모주 거품’ 논란도 반복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자마자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게임 대장주에 등극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8월 상장 당시 크래프톤의 공모액은 4조3098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역대 공모액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주가 역시 상장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작년 11월 17일에는 공모가(49만8000원)보다 14% 오른 56만7000원까지 주가가 뛰었다. 장중 최고가는 58만원까지 찍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내리막을 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공모가의 절반 수준인 25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 패밀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58조원의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았다. 상장 초기인 8월 중순 9만원대를 돌파했고, 한때 KB금융을 밀어내고 은행 대장주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하락세다. 2월 11일 종가는 4만2150원으로 고점(9만4400원) 대비 55% 이상 떨어졌다. 카뱅 공모가는 3만9000원이었다.

카카오페이 상황은 더 안 좋다. 작년 11월 30일 24만8500원으로 주가가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1일 종가는 12만6500원으로 고점 대비 49% 하락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작년 4분기 실적이 악화됐고, 경영진의 ‘먹튀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청약증거금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운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 역시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