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달렸다” >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계주 3000m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확정지은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민정, 서휘민, 이유빈, 김아랑.  연합뉴스
< “잘 달렸다” >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계주 3000m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확정지은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민정, 서휘민, 이유빈, 김아랑. 연합뉴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3000m 계주 종목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수확했다. 초반 출발의 불리함을 극복한 숨 막히는 막판 대질주가 빛을 발했다.

최민정(24)-이유빈(21)-김아랑(27)-서휘민(20)의 한국 여자 대표팀은 13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3초627로 결승선을 통과해 네덜란드(4분3초409)에 이어 2위를 기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3연패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은 이 종목 첫 은메달을 수확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4연패를 한 뒤 2014년 소치 대회, 2018년 평창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하는 등 총 여섯 차례 우승했다.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한국은 이 종목 전통 강자지만, 올해는 도전자 입장으로 출전했다. 이번 대회 1000m 금메달리스트 쉬자너 스휠팅을 앞세운 네덜란드의 전력이 한국보다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다. 2021~2022시즌 세계랭킹에서도 네덜란드가 1위, 한국이 2위였다.

경기 초반 최하위에 처져 있던 한국은 20여 바퀴를 남기고 3위로 치고 올라갔다. 이후 선두 네덜란드를 제외하고 중국과 캐나다, 한국 간의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지면서 선수들끼리 엉키는 장면이 선수 교대 때마다 나왔다.

해결사는 최민정이었다. 김아랑에게 3위 자리에서 배턴 터치를 받은 최민정은 곧바로 2위로 올라섰다. 스휠팅이 최종 주자로 나선 네덜란드에 내심 역전까지 노렸으나 격차를 좁히진 못했다.

시작부터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네덜란드는 압도적인 레이스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네덜란드가 이 종목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가장 좋은 성적은 2018년 평창 대회에서 기록한 3위였다. 중국(4분3초863)이 동메달을 가져갔다.

앞서 열린 남자 500m에 출전한 황대헌(23)은 아쉽게 결승 문턱에서 탈락했다. 황대헌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남자 500m 준결승 2조에서 페널티를 받아 실격했다.

예선 결과에 따라 인코스에서 먼 네 번째 자리에서 출발한 황대헌은 4위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결승선 두 바퀴를 남기고 속도를 올린 황대헌은 약 반 바퀴를 남기고 스퍼트를 올리며 중국의 우다징을 따돌린 뒤 3위로 올라왔다.

마지막 곡선 주로에선 인코스를 파고들며 2위로 달리던 캐나다의 스티븐 뒤부아까지 추월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뒤부아와 날이 엉켜 넘어지며 최하위로 들어왔다. 심판진은 황대헌이 무리한 레인 변경을 해 충돌을 유발했다고 판정했다.

황대헌은 레이스를 마친 뒤 뒤부아에게 무리한 추월 과정을 사과했다. 뒤부아는 어드밴스를 받아 결승에 올랐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던 우다징은 3위를 기록해 각 조 1, 2위에게 주는 결승 진출 티켓을 받지 못했다.

황대헌은 준결승에 앞서 열린 준준결승에서 드라마 같은 역전 승부를 펼쳤던 터라 아쉬움이 더 컸다. 그는 경기 막판까지 하위권에 머물다가 마지막 바퀴 곡선 주로에서 3위로 올라선 뒤 막판에 스케이트 날을 들이밀어 0.007초 차이로 역전극을 완성했다. 이 대회 1500m 금메달리스트인 황대헌은 남은 남자 5000m 계주 결승(16일)에서 2관왕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