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인터뷰 "공황 상태 없어, 진짜 충격은 2014년"
러시아어 억제하는 듯한 우크라 정책에도 "현 시점에서 정당"
우크라이나 작가 쿠르코프 "국민들 전쟁에 담담…그저 살아갈뿐"
러시아 태생의 우크라이나의 베스트셀러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가 13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담담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자국민들이 전쟁이 있다는 사실에 익숙하다며 정신적 공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쿠르코프는 '펭귄의 우울'과 '펭귄의 실종' 등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동유럽 사회의 현실을 그린 소설들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소설가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과 관련, "전쟁이 일어날 수 있지만 완전한 독립의 상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쿠르코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근본적으로 달라 공존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러시아인들은 차르와 단일 당(黨) 체제를 좋아한다"며 "소련 시절이나 (블라디미르 푸틴대통령 집권의) 통합된 러시아당처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는 400개의 등록 정당이 있고, 모든 우크라이나인은 다른 사람들과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만의 정당을 만들고 싶어 한다"며 "러시아인들은 집단적 사고 방식에 동의하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개인"이라고 설명했다.

쿠르코프는 우크라이나에 이어진 수년간의 혼란이 국민들을 단단하게 했다고 봤다.

그는 "정신병이나 공황은 없다.

모두가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며 "오늘날 사람들은 전쟁이 있다는 사실에 익숙하다"고 했다.

그는 "진짜 충격은 2014년 3월, 우크라이나의 모든 사람이 러시아군이 외국 영토에서 전쟁을 할 수 있도록 찬성하는 투표를 지켜봤을 때였다"고 덧붙였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무력 점령한 상태에서 국민투표를 열어 찬성 우세로 이 지역을 병합했다.

이후 러시아와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독립공화국을 선포,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60세인 그는 구소련 레닌그라드 출신이다.

일부 작품을 우크라이나어로 쓰긴 하지만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보고 있고, 대부분은 러시아어로 작품을 쓴다고 한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지난달부터 신문·잡지의 콘텐츠 절반 이상은 우크라이나어로 제공하고, 러시아어로 된 출판물은 같은 발생 부수 만큼 우크라이나어 버전을 동반하도록 한 새 언어법과 관련 해 '우크라이나의 자연스러운 발전'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법이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소수 러시아인들을 박해하는 수단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쿠르코프는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현재 관계의 맥락에서 볼 때 러시아어의 특권적 지위를 이야기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며 자신의 모국어인 러시아를 억압하는 듯한 새 언어법을 옹호했다.

그는 이어 "나는 러시아어로 글을 쓰고 TV에서 러시아어나 우크라이나어로 말한다"며 "그것이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현 시점에서 우크라이나의 확고한 언어 정책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이 법에 대해 "(러시아어)언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며 "언어 정책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쿠르코프는 그러면서 "다음 세대 우크라이나인들은 2개 국어를 할 수 있겠지만, 러시아어로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화 과정은 70년간 지속됐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인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귀환하는 것을 보고 있고, 이는 50∼10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