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500m 불통의 거리'…툭하면 '이전론' 불러 [홍영식의 정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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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참모 사무실 걸어서 10분
소통 힘들어 대선 때마다 이전 공약 나와
역대 정권 참모들,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뛰어가거나 자전거 또는 차를 타고 가기도
이전 공약 매번 수포가 되는건 경호 때문
광화문 고층 정부청사 테러범에 취약
청와대는 경호하기에 편하고 녹지 풍부해
역대 대통령,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해
소통 힘들어 대선 때마다 이전 공약 나와
역대 정권 참모들,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뛰어가거나 자전거 또는 차를 타고 가기도
이전 공약 매번 수포가 되는건 경호 때문
광화문 고층 정부청사 테러범에 취약
청와대는 경호하기에 편하고 녹지 풍부해
역대 대통령,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해
이번 대선에서도 청와대 이전 공약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에 있는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고 삼청동 총리 공관을 관저로 활용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당선되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이전 준비에 들어가 임기 첫날부터 광화문 청사에서 근무한다는 구상이다. 청와대 부지는 역사관·시민공원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신년 기자 회견에서 청와대 집무실은 국빈 영접과 주요 행사가 있는 날에만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날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 축소도 약속했다.
청와대 이전은 대선 단골 공약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광화문 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광화문 청사를 검토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충청권 수도’를 공약하면서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이전도 자연스레 추진됐다. 하지만 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면서 청와대 이전도 불발됐다. 노 전 대통령과 겨뤘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도 집무실을 청와대 밖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대선 때마다 청와대 이전 공약이 나오는 것은 비효율적인 구조 때문이다. 청와대 본관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부속실, 국무회의가 열리는 세종실, 외빈 접대를 위한 백악실과 집현실 등이 있다. 본관에서 약 200m 떨어진 관저에는 대통령 숙소, 임시 집무실, 주방 등이 있다. 비서실장 등 참모들이 근무하는 비서동(여민관)은 세 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근무하는 본관과 비서동이 약 500m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역대 정권에서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려고 본관으로 가려면 걸어서 약 10분 걸린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과 참모들 간 대면 접촉이 힘들어 전화 통화나 서면 보고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만나려고 면담 신청까지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시급한 현안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뛰어가거나 자전거 또는 차를 타는 경우도 있었다. 역대 정부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 힘을 발휘한 것도 이런 대통령 집무실의 고립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다른 참모들이 멀리 있어 감시의 눈이 없다 보니 그렇다. 대통령을 한 번 만나려면 일정을 관리하는 부속실 ‘문고리 권력’의 승인을 받아야 해 자연스레 이들의 힘이 커졌다.
역대 정부마다 청와대 이전은 힘들더라도 구조만이라도 바꾸는 것을 시도했지만 문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긴 것을 제외하고 매번 예산 등의 문제로 수포로 돌아갔다.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13년 1월 대통령 집무실을 본관에서 참모들이 있는 비서동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유야무야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비서동을 확충해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하는 등 청와대 공간을 재배치했지만 공간 한계의 이유로 정착시키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초 본관 집무실을 둘러보면서 “너무 넓어 운동해도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본관 대통령 집무실을 줄여 참모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흐지부지됐다.
청와대 본관은 총면적 8476㎡의 웅장한 한옥 형식으로, ‘임금님의 거처’라는 이미지를 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통령 집무실은 출입문에서 책상까지의 거리가 약 15m에 달해 장관이 보고를 마치고 뒷걸음질쳐 나오다 다리가 꼬여 넘어진 적도 있다. 이런 넓은 곳에 대통령과 부속실 직원 10명 정도만 근무하고 참모들은 멀리 떨어져 소통하기 힘드니 불통 이미지가 붙은 것은 당연지사다.
3개층으로 돼 있는 웨스트윙 1층엔 상황실, 회의실,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 국토안보부실, 비밀경호국실, 기자실 등이 있다. 2층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부통령 집무실, 안보보좌관실, 대변인실 등이 있다. 대통령이 몇 걸음만 옮기면 부통령·비서실장·안보보좌관 등과 만날 수 있는 구조다. ‘웨스트윙’을 비롯한 미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대통령이 복도를 지나가다 수시로 참모들과 마주 보며 현안을 논의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주요국 정상들의 집무실도 백악관과 다르지 않다.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는 총리 관저엔 총리와 가족 주거 공간, 총리 집무실, 비서실장실, 참모 사무실, 회의장 등이 3개층에 몰려 있다. 2011년 완공된 독일 총리 관저도 소통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한다. 관저 5~8층에 총리 집무실,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의 사무 공간, 장관실 등이 있다. 일본 총리 관저는 지하 1층~지상 5층이다. 총리 집무실, 참모 사무실, 각의실, 관방장관실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대선 때마다 청와대 이전 공약이 나오지만 실현되지 않은 이유는 역시 경호 문제 때문이다. 광화문 정부 청사는 시내 한복판 대로변에 노출돼 있다. 테러범들이 마음만 먹으면 중화기로 공격할 수 있다. 고층 건물이어서 방어하기 쉽지 않다. 대통령이 출퇴근 할 때나 외부 행사 참석 차 출입할 때도 경호하기가 쉽지 않고 청사 주변을 오가는 차량과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는 이유도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청사 이전 백지화를 발표할 때 “경호와 의전이라는 게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대통령께서도 인지하셨다”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청와대는 근무하기에 매력적이다. 전직 청와대 한 참모는 “청와대는 넓은 녹지 공간이 있어 산책하기에 좋고 번잡한 시내와 떨어져 있어 경호하기에도 편리하며 외빈들의 행사에도 안성맞춤이어서 대통령들이 한 번 들어온 뒤론 나가기 싫어하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이번 청와대 이전을 공약한 후보들은 당선된다면 실제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홍영식 논설위원 겸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신년 기자 회견에서 청와대 집무실은 국빈 영접과 주요 행사가 있는 날에만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날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 축소도 약속했다.
청와대 이전은 대선 단골 공약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광화문 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광화문 청사를 검토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충청권 수도’를 공약하면서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이전도 자연스레 추진됐다. 하지만 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면서 청와대 이전도 불발됐다. 노 전 대통령과 겨뤘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도 집무실을 청와대 밖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尹 “광화문으로 이전”…역대 후보들, 공약해 놓고 안 지켜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광화문대통령시대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경호로 백지화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그 대신 청와대 본관이 아닌 참모들이 근무하는 ‘여민1관’에 집무실을 마련해 근무하고 있고 외빈 접대 등 필요할 때 본관을 활용하고 있다.대선 때마다 청와대 이전 공약이 나오는 것은 비효율적인 구조 때문이다. 청와대 본관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부속실, 국무회의가 열리는 세종실, 외빈 접대를 위한 백악실과 집현실 등이 있다. 본관에서 약 200m 떨어진 관저에는 대통령 숙소, 임시 집무실, 주방 등이 있다. 비서실장 등 참모들이 근무하는 비서동(여민관)은 세 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근무하는 본관과 비서동이 약 500m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역대 정권에서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려고 본관으로 가려면 걸어서 약 10분 걸린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과 참모들 간 대면 접촉이 힘들어 전화 통화나 서면 보고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만나려고 면담 신청까지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시급한 현안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뛰어가거나 자전거 또는 차를 타는 경우도 있었다. 역대 정부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 힘을 발휘한 것도 이런 대통령 집무실의 고립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다른 참모들이 멀리 있어 감시의 눈이 없다 보니 그렇다. 대통령을 한 번 만나려면 일정을 관리하는 부속실 ‘문고리 권력’의 승인을 받아야 해 자연스레 이들의 힘이 커졌다.
역대 정부마다 청와대 이전은 힘들더라도 구조만이라도 바꾸는 것을 시도했지만 문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긴 것을 제외하고 매번 예산 등의 문제로 수포로 돌아갔다.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13년 1월 대통령 집무실을 본관에서 참모들이 있는 비서동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유야무야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비서동을 확충해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하는 등 청와대 공간을 재배치했지만 공간 한계의 이유로 정착시키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초 본관 집무실을 둘러보면서 “너무 넓어 운동해도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본관 대통령 집무실을 줄여 참모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흐지부지됐다.
청와대 본관은 총면적 8476㎡의 웅장한 한옥 형식으로, ‘임금님의 거처’라는 이미지를 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통령 집무실은 출입문에서 책상까지의 거리가 약 15m에 달해 장관이 보고를 마치고 뒷걸음질쳐 나오다 다리가 꼬여 넘어진 적도 있다. 이런 넓은 곳에 대통령과 부속실 직원 10명 정도만 근무하고 참모들은 멀리 떨어져 소통하기 힘드니 불통 이미지가 붙은 것은 당연지사다.
미·일·영 등 대통령과 참모 사무실 몇 걸음 안 떨어져
청와대 이전 또는 구조 개편 공약을 내건 후보들마다 모델로 삼는 것은 미국 백악관이다. 백악관은 1800년 완공됐고 가운데에 대통령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이 있다. 오벌오피스로 불리는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들이 있는 서관 ‘웨스트윙’, 대통령 부인 집무실이 있는 동관 ‘이스트윙’으로 나뉜다.3개층으로 돼 있는 웨스트윙 1층엔 상황실, 회의실,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 국토안보부실, 비밀경호국실, 기자실 등이 있다. 2층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부통령 집무실, 안보보좌관실, 대변인실 등이 있다. 대통령이 몇 걸음만 옮기면 부통령·비서실장·안보보좌관 등과 만날 수 있는 구조다. ‘웨스트윙’을 비롯한 미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대통령이 복도를 지나가다 수시로 참모들과 마주 보며 현안을 논의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주요국 정상들의 집무실도 백악관과 다르지 않다.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는 총리 관저엔 총리와 가족 주거 공간, 총리 집무실, 비서실장실, 참모 사무실, 회의장 등이 3개층에 몰려 있다. 2011년 완공된 독일 총리 관저도 소통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한다. 관저 5~8층에 총리 집무실,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의 사무 공간, 장관실 등이 있다. 일본 총리 관저는 지하 1층~지상 5층이다. 총리 집무실, 참모 사무실, 각의실, 관방장관실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대선 때마다 청와대 이전 공약이 나오지만 실현되지 않은 이유는 역시 경호 문제 때문이다. 광화문 정부 청사는 시내 한복판 대로변에 노출돼 있다. 테러범들이 마음만 먹으면 중화기로 공격할 수 있다. 고층 건물이어서 방어하기 쉽지 않다. 대통령이 출퇴근 할 때나 외부 행사 참석 차 출입할 때도 경호하기가 쉽지 않고 청사 주변을 오가는 차량과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는 이유도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청사 이전 백지화를 발표할 때 “경호와 의전이라는 게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대통령께서도 인지하셨다”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청와대는 근무하기에 매력적이다. 전직 청와대 한 참모는 “청와대는 넓은 녹지 공간이 있어 산책하기에 좋고 번잡한 시내와 떨어져 있어 경호하기에도 편리하며 외빈들의 행사에도 안성맞춤이어서 대통령들이 한 번 들어온 뒤론 나가기 싫어하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이번 청와대 이전을 공약한 후보들은 당선된다면 실제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홍영식 논설위원 겸 한경비즈니스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