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집값, 코로나 2년여 만에 일본의 10배 올랐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코로나19가 확산한 2년여 만에 일본의 집값이 2% 오르는 동안 한국은 10배인 20%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한국의 소득은 5% 오르는데 그쳐 집값 상승률이 소득증가율의 4배에 달했다.

미국 댈러스연방준비은행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주요 25개국 국제 주택가격'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말부터 2021년 3분기까지 한국의 주택가격은 150.95에서 180.96으로 20% 상승했다.(2005년 가격을 100으로 봄). 같은 기간 일본은 89.82에서 91.26으로 2%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분기 119.65까지 떨어졌던 한국의 주택가격은 2015년 3분기 140.73으로 처음 140선을 넘었다. 2018년 4분기에는 150.90으로 150선을 돌파했고, 이후 3년 동안 가파르게 상승했다.

주택가격 급등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2019년 이후 주요 25개국의 집값은 17%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고,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국이 무제한 양적완화에 돌입하면서 시중에 막대한 자금이 풀린 탓이다.
한국 집값, 코로나 2년여 만에 일본의 10배 올랐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캐나다의 집값이 38% 오른 것을 비롯해 뉴질랜드(35%)와 룩셈부르크(28%), 호주 스웨덴(이상 27%)의 집값도 크게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락했던 미국의 집값도 2년여 만에 21% 급등했다.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주요 25개국 가운데 8번째였다.

일본은 스페인(1%)과 함께 세계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오르지 않은 나라였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글로벌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저렴한 일본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는 추세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보도했다.

세계적으로 집값이 17% 오르는 동안 소득은 7%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국의 가처분소득은 5% 늘어나 집값 상승률의 4분의 1이었다. 한국의 소득증가율은 25개국 가운데 12위였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캐나다(12%)와 뉴질랜드(6%), 룩셈부르크(9%), 호주(13%) 등도 집값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소득보다 집값이 덜 오른 나라는 일본(가처분소득 상승률 4%) 아일랜드(집값 상승률 7%·소득 상승률 12%) 콜롬비아(집값 7%·소득 12%) 등 3개 나라 뿐이었다.

집값이 소득보다 가파르게 오르면서 세계적으로 가계부채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3분기 세계 가계부채는 55조4000억달러(약 6경6452조원)로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6조달러(10.8%)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분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로 추산된다. 일본은행의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가계부채는 346조엔(약 3596조원)으로 2년새 4%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216조엔으로 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이 세계경제의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을 제외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등 유동성 공급 축소에 나서고 있어 올해 이후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