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유증 환자, 병원 상대 소송…"환자 스스로 선택할 기회 보장해야"
대법 "수술전 환자에 '숙고할 시간' 안줬다면 설명의무 미이행"
수술 등 의료행위 전에 환자에게 결정을 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의사의 설명 의무가 이행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 의료행위로 나아간다면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이라며 "의사의 설명 의무가 이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환자에게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 의무가 이행됐는지는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 위험성·긴급성의 정도, 환자의 상태 등을 따져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8년 6월 허리 문제로 B씨 병원에서 추체간 유합술, 후방기기 고정술, 인공디스크 치환술 등의 수술을 받았는데, 같은 날 오후 의사 표현에 어려움이 생기고 왼쪽 팔다리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생겼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뇌경색이 발견됐다.

A씨는 수술 후 지금까지도 인지장애와 왼쪽 마비로 생활에 지장을 겪고 있으며 스스로 대변과 소변을 조절·관리할 수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수술 전 경동맥 협착 때문에 이미 뇌졸중 위험이 높았는데 의료진이 별다른 조치 없이 수술했고, 뇌경색 발병 후에도 관찰을 게을리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씨 병원이 위험도 평가 등을 거쳐 수술을 결정했고 A씨도 적극적인 치료를 원했다는 점과 의료진이 경과 관찰을 경시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들어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의료진이 수술로 인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씨의 보호자가 수술 당일 합병증 등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며 병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의 판단도 같았다.

반면 대법원은 "원고로서는 자신에게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 등 위험성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수술에 나아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2심이 설명 의무 위반 여부를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수술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가 침해된 것"이라며 "원고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피고 병원 의사들에게는 설명 의무를 위반한 사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