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면접으로 해석현상학적 연구…"진지한 성찰 기회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제대로 캠퍼스 생활을 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집이라는 벙커 속 안전함과 사회적 낙오에 대한 공포, 양가감정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열린교육연구'에 게재된 'COVID-19 팬데믹에서 대학생들의 일상생활 경험: 해석현상학적 분석' 논문 저자들(인제대 일반대학원 상담심리치료학과 박경자 박사과정·김명찬 교수)은 대학교 3·4학년 5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심층 면접을 통한 해석현상학적 분석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해석현상학적 분석은 개인이 경험한 현상에 대해 순수하게 기술해 그들의 관점변화나 자기 변혁을 초래할 수 있는 해석적 설명을 중시해 보통 3∼6명의 연구 참여자를 선호한다.

연구진은 학생들의 구술 데이터를 분석해 주제별 카테고리화했으며, 상위 주제는 ▲ 집이라는 벙커 속의 안전함 ▲ 사회적 시간 거스르기 ▲ 낙오 공포의 증가 ▲ 잠행 속에서의 진로 모색 ▲ 가족의 재발견 ▲ 인간 숭고의 체험 등 6가지로 분류됐다.

학생들은 사회적 교류가 단절되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었고, 몸은 답답함과 고립감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편안함과 안전함을 얻었다고 답했다.

김주희(이하 가명)씨는 학교생활에서 인간관계로 인한 피로감이 있었고 동아리방과 강의실에서 친구들과의 만남도 긴장됐다고 밝혔다.

대면 수업을 처음 하는 날에는 답답함에서 해방됐다는 생각보다 심장이 벌렁거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강철수씨도 기존에 학교 친구들과 불편한 관계를 경험한 후 코로나19로 집에 있으면서 오히려 편안했다고 했다.

학회 부장과 동아리 회장 등을 맡은 학생들의 경우 "자신의 욕망과 소망보다는 구성원들의 의지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사회적으로 짜인 시간표에 따라 사는 삶에서 벗어났다는 표현도 썼다.

학생들은 집이라는 안전한 벙커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가족과의 관계도 재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세란씨는 집안일을 도우며 그동안 가족 일에 무관심했음을 깨달았고, 코로나19가 가정을 오히려 화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회적으로 낙오할까 두려운 마음은 더 커졌다.

학생들은 집에서 짧은 쉼 후에 긴 불안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지방 소재 대학교 학생들로, 한국 사회 모든 자원이 서울에 결집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격차가 더 심해졌다고 인식했다.

김희영씨는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영어 공부도 하고 열심히 했는데, 코로나 때가 되니 우리 힘으로 안 되고 어쩔 수 없는 게 너무 많다는 걸 느꼈다.

코로나19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고 표현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잠행하며 진로를 모색했다.

김성희씨는 세계적인 댄서를 꿈꿨지만 냉정하게 자신을 파악했고, 체력이 월등히 뛰어난 것을 깨달아 여자 경호원이 되는 길을 걷고 있다.

최희영씨도 부모는 대기업 입사를 원했지만 크리에이터를 꿈꾸며 일러스트 프로그램 학원에 등록했다.

학생들은 또 코로나19가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진은 "대학 생활 역시 사람들과의 관계이지만 갈등과 번민으로 힘들어했고, 코로나19가 사람들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줬다"면서 코로나19를 일종의 '휴직'으로 정의했다.

연구진은 "과거에는 필요에 따라 사람을 만났지만 모든 사람 하나하나가 가치 있다는 인식으로 변한 것으로, 인간 숭고함의 본질을 깨달은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대학 상담센터에서 단순한 대화 상담이 아닌 자전적 글쓰기나 자기 고백, 사이코드라마 같은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