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 러시아군 우크라 압박…"침공 대신 경제타격 노릴지도"
러시아군 13만명이 우크라이나 삼면을 포위하듯 집결해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가 군사적 압박에 따른 경제 피해를 줌으로써 체제 붕괴를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현지시간) 미국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접경의 러시아군은 최근 몇 주 사이 10만 명에서 13만명으로 증가했다.

러시아 병력은 크게 벨라루스, 러시아 서부와 크림반도, 흑해 등 3개 방면에 배치된 상태다.

여기에는 러시아 최정예 대대와 특수부대는 물론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지대지 미사일 등 첨단 군사장비도 포함됐다고 WSJ은 전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합동 훈련 중이며, 흑해에서도 해군 작전을 벌이고 있다.

13만 병력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주요 지역에서 시가전을 벌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미국 전·현직 관리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신속히 진격한 뒤 영토 일부를 점령하면서 제공권을 장악하고 항만을 봉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러시아군의 최선두에는 700∼800명 규모의 직업군인으로 이뤄진 대대전술단(BTG) 80개 이상이 배치돼 있다.

이들은 키예프로 진군하는 등 신속히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넓은 점령지를 방어할 규모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전술대의 선두 공격 이후 일반 러시아군이 점령지를 합병하기 위해 뒤따라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헬리콥터를 이용해 공수부대를 투입, 도로와 교량 등을 장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이후 우크라이나를 사정권으로 둔 이스칸데르 지대지 미사일 여단을 3배로 늘렸다.

지대지 미사일과 흑해 함대에 배치된 함대지 미사일 등은 우크라이나의 비행장과 방공시설, 탄약 저장고 등을 공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러시아의 수호이(Su)-35 전투기와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 등 벨라루스에 배치된 무기들도 제공권 장악에 쓰일 수 있으며, 사이버전 등의 형태로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 등에 출연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미사일과 폭탄 세례로 시작할 것"이라면서 "이후 우크라이나 접경의 지상군이 맹공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병력은 26만명 정도로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러시아가 여러 방면에서 공격해올 경우 병력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예군은 동부 돈바스 접경 지역에 있는데, 러시아군이 북부와 남부에서 협공해올 경우 포위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 유럽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15일 예정된 우크라이나군 훈련을 겨냥해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격받은 것처럼 자작극을 꾸며 침공 구실을 만드는 '가짜 깃발 작전'(false flag operation)에 나설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13만 러시아군 우크라 압박…"침공 대신 경제타격 노릴지도"
2014∼2018년 유럽 주둔 미 육군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는 러시아군이 삼면에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군사적 옵션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우크라이나 정권과 경제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고 봤다.

실제 긴장 고조에 따라 외국 자본의 우크라이나 내 사업 확장이 보류되고 있으며, 에어프랑스 계열인 네덜란드 KLM 항공사 등은 우크라이나행 여객기 운항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우크라이나 항공 교통안전 당국은 흑해 상공을 '잠재적 위험 구역'으로 선포하고 14∼19일 항공기 운항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호지스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주위에서 (압박하는) 보아뱀 같다"면서 "러시아가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붕괴시킬 수 있다면 공격하거나 (그에 따른 서방의) 제재를 우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2013∼2016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최고사령관 겸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낸 필립 브리드러브는 러시아의 선택지 중에는 키예프에 진입하지 않은 채 군사적 압박을 가하면서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내 분리주의 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돈바스로 이동시키는 방안이 있다고 제시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남부 해안선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을 고립시키고 러시아 점령지인 크림반도의 상수원 공급을 통제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경제 타격을 우려해 패닉에 빠지지 말도록 촉구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날 리투아니아에서 미국제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과 탄약 등을 받아들이는 등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