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법무법인도 상표출원 업무를 대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자 법조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상표출원을 도맡아 온 변리사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0일 “변리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독립적으로 특허청 출원업무를 대리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변리사법은 변리사 업무를 조직적·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특허법인·특허법인(유한) 등을 설립할 수 있다고 했을 뿐, 법무법인이 특허청에 대한 대리 업무를 하지 못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한 바 없다”고 판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14일 “특허청이 범한 오류를 대법원이 시정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변협은 “변호사법 제49조에 따르면 변리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는 법무법인 소속이더라도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변리사 자격을 가진 개인변호사와 법무법인 구성원 변호사 간 전문성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변리사업계는 “변호사는 상표출원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변리사회는 “법무법인에는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자동 자격 조항으로 20만원만 내고 변리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대법 판결로 변리사와 변호사 간 ‘직역 다툼’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변리사회는 무자격 변리사가 난립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법무법인에 변리사 자격증을 가진 변호사 한 명만 있으면 자격증이 없는 변호사들도 법무법인의 ‘법인 업무’라며 사건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변협은 “개인변호사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의 차이를 조정한 판결일 뿐”이라며 “변리사업계의 과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변리사회는 “2016년 변리사법 개정 이후에도 변호사들은 시험 없이 수습 교육만 받으면 변리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현행법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며 “변호사에게 과도한 특혜를 인정하는 자동 자격 제도 폐지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