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매출 722억원→지난해 1906억원, 같은 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TDA) 367억원→1039억원. 국내 치과용 의료장비 구강스캐너 회사인 메디트가 3년 만에 거둔 성적표다. 업계 후발주자인 메디트는 작년을 기점으로 치과업계의 화두인 디지털 덴티스트리를 선도하는 회사로 환골탈태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2000년 산업용 3차원 스캐너 생산회사로 출발한 메디트는 해당 기술을 구강스캐너에 적용하면서 치과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은 국내외 치과업계에서 구강스캐너 사용률이 아직 10% 안팎 수준이지만, 치과의료기기 디지털화 등으로 사용률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회사 경영권을 인수했다. 특히 메디트의 구강스캐너는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존 회사들과 달리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이어서 기술력 측면에서도 차별성이 있어 성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니슨캐피탈이 메디트를 지금의 회사로 키우는 데 가장 주효했던 경영 전략은 글로벌 영업 조직을 별도로 만든 것이었다. 메디트의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 해외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했다. 동시에 소규모 딜러에 납품하고 있던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 조직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치과용 의료장비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플랫폼인 캐드레이(CADRAY)를 뚫은 게 대표적이다. 이 덕분에 코로나19 여파로 경쟁 업체들이 고전하는 동안 2020년 3분기부터 매출이 1년 전보다 80% 이상 뛰었다.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도 갖췄다. 유니슨캐피탈은 글로벌 헬스케어 업체인 스트라이커 출신의 고규범 씨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것을 중심으로 영업·제조·판매 등 각 부문에 인재들을 적극 끌어왔다. 또 글로벌 특허전쟁에 대비한 법무본부 등 조직을 신설했다.

지난해 신제품 ‘i700’을 론칭하며 제품 경쟁력도 함께 키웠다. i700은 기존 제품(i500)보다 속도가 30% 정도 빠르고 무게도 30% 정도 가벼워 의료진이 선호했다.

유니슨캐피탈은 메디트를 의료 데이터 회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메디트는 이미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의료진이 입력한 스캔 데이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는 “메디트는 폐쇄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오픈이노베이션 시스템을 지향한다”며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글로벌 1위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