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의무화된 가운데 KB금융 노조가 또다시 사외이사를 추천해 결과가 주목된다.

노조 추천 외부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 대표가 직접 이사회에 들어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 금융계는 지난해 수출입은행에서 처음 도입된 노조추천이사제가 민간 은행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14일 KB금융 이사회 사무국에 주주제안서를 전달했다. 노조는 주주제안서를 통해 한국해외투자인프라 도시개발자원공사 상임이사를 지낸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정식 추천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는 금융사 지배구조법 특례에 의해 0.1% 이상 지분만 확보해도 소수주주권 행사를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 KB금융은 다음달 말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최소 1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출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김 후보는 수출입은행에서 30년 넘게 해외투자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며 “취약한 해외사업 리스크를 관리할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해 왔지만 주주총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금융계에서는 이번에도 통과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KB금융 지분을 71%가량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가 앞장서 반대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외국계 주주들은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면 노조의 임김이 세지고 디지털 전환이나 점포 축소 등 주요 의사결정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사 가운데는 지난해 9월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처음으로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했다. 기업은행은 노조가 “이번주 내로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노조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1명을 윤종원 행장이 제청했으나 금융위원회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탈락한 만큼 이번에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