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푸틴 물러서니 금리 폭등…두가지 덫에 갇힌 증시
지난주 11일(금) 오후 미국 증시를 덮쳤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능성은 주말 동안 그다지 낮아지진 않았습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다시 통화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일요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지금 당장이라도 우크라이나에서 중대한 군사 행동을 시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14일(현지시간) 유럽 증시가 2% 안팎 폭락한 이유입니다. 이는 다섯 시간 시차를 두고 열리는 뉴욕 증시에 다시 먹구름을 몰고 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개장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협상을 계속하자"라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뉴스가 나온 겁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서방) 파트너들과 합의 가능성이 있나, 아니면 서방이 끝이 없는 협상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라브로프 장관은 "(협상) 가능성이 아직 없진 않다. 무한정 계속될 순 없지만 현 단계에서 협상을 계속하고 강화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원유와 밀 가격은 위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올랐다가 뉴스 이후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95달러를 넘었다가 배럴당 94.99달러에 마감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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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협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지난 11일 급락했던 금리가 다시 꿈틀댄 것입니다. 전쟁 가능성(침체)에 내렸는데, 협상이 이어진다니 다시 오른 것입니다. 이날 새벽 5시 1.906%까지 떨어졌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아침 8시 30분에는 연 1.97%대로 회복됐습니다. 2년물 수익률도 1.505%에서 1.574%까지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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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아침 8시 30분 '슈퍼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CNBC에 나왔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강력한 긴축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의 발언의 핵심을 정리하면

-지난 네 번의 물가 보고서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있고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Fed의 신뢰가 걸려있다. 금리를 앞당겨 인상해야 한다(Front-Loading Hikes).
-7월 1일까지 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인상하고 2분기부터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해야 한다. 3월 인상 폭이 25bp 인지 50bp인지에 대해서는 제롬 파월 의장에게 맡기겠다.
-경제가 계속 강한 한 해를 보내고 실업률이 3%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으므로 시장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완화 정책을 제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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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불러드 발언의 핵심은 앞당겨서 빨리 긴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에서는 그동안 Fed가 3월부터 매우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꺾으려면 먼저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죠. 또 11월에 중간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선거를 전후해서도 계속 금리를 높여야 한다면 여당인 민주당의 선거는 엉망이 될 것"이라며 "상반기에 대대적 긴축을 통해 인플레를 낮춰놓고 9월부터는 쉬어가는 방안이 민주당에게는 가장 좋은 긴축 방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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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드 총재의 발언에 금리는 더 급하게 올랐습니다. 2년물은 1.599%까지 올랐고, 10년물은 연 1.980%로 상승했습니다.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는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채권 수익률 곡선은 평탄화됐습니다.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경기 둔화, 침체의 징후를 나타냅니다. 언스트앤영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앞당겨 강력한 긴축 제동을 걸 것이란 관측은 2023년 경기 침체 확률을 높인다. 나는 침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위험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는 -0.2~0% 수준의 약보합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간,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가 전해졌습니다. 조지 총재의 핵심 발언은 세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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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0bp 인상을 해야 한다고 말할 준비가 되지 않다. 다만 시장의 50bp 인상 기대 상승은 Fed가 숙고할만한 길을 닦아준다.
-FOMC 정례 회의 외 금리 인상은 필요 없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일련의 금리 인상과 함께 대차대조표 감축이 필요하다. 9조 달러의 대차대조표가 장기 금리를 낮추고 있어 몇 가지 고려할 게 있다. 채권 매각(sell)을 배제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3월에 매각을 시작합시다'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대차대조표 감축 발언을 정리하면 이런 뜻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장기 금리가 떨어져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될 경우, 보유 채권을 팔아 장기 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침체 신호를 보내는 수익률 곡선을 다시 가파르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불러드 총재도 "대차대조표 감축을 통해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기를 원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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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양적 긴축(QT)에 대한 Fed 지도부의 태도는 시장엔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QT 사례가 한 번 밖에 없는 데다, 이번에는 "더 큰 규모로 더 빨리 줄인다"(제롬 파월 의장)라고 하니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는 탓입니다. 월가 일부에선 Fed가 채권을 팔아도 침체 공포가 커져 장기 금리가 떨어질 것(짐 비앙코 비앙코리서치 설립자)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조지 총재도 이를 잘 압니다. 조지 총재는 "2012~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FOMC 회의록을 보면 양적 완화(QE)를 도입하면 통화정책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명백한 인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도구를 쓰기로 하는 데 따르는 복잡성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은 매우 큽니다. 시장은 거의 6회 이상 금리 상승을 예상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여전히 네 번 인상 예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주말 기준금리 인상 예상 횟수를 네 번으로 유지하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첫 번째는 제롬 파월 의장 등 Fed의 지도부가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 인플레이션이 시장 기대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겁니다. 세 번째는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경제가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란 겁니다. 모건스탠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필요한 금리 인상 횟수는 경기를 식힐 수 있는 횟수에 금세 다가서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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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의 앤드루 시츠 전략가는 "물가상승률은 지금 상승세를 보이면서 계속해서 치솟을 것이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다음 달 또는 두 달 뒤 정점에 이른다는 우리 예측이 맞는다면 4월이나 5월은 매우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불행히도,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했고 물가는 여전히 상승하고 있어 Fed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 불확실성을 만들고 있다. 그 불확실성이 변동성을 주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맞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주말 S&P500 목표치를 기존 5100포인트에서 4900으로 낮췄는데요. 이것도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관련 있습니다. 지난주 Fed의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다섯 번에서 일곱 번으로 높인 탓이지요. 이렇게 금리를 많이 올리면 경제 성장률과 기업 이익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전략가는 "지난 11월 S&P500 지수 2022년 연말 목표 5100을 발표했을 때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두 차례 금리 인상과 연말 10년물 금리 2%를 예상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았다. 통화정책 전망이 크게 바뀌면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제 일곱 차례 인상과 10년물 금리 2.25%를 예상한다"라고 S&P500 목표 수치를 낮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QT까지 더해지면 올해 연말 S&P500 지수의 향후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은 기존 예측 22배가 아닌 20배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면서 실질 금리가 골드만삭스 예측보다 높아지면(금리가 더 올라가면) P/E도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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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세 가지 시나리오를 더 제시했습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감소하고 Fed의 금리 인상 폭이 줄면 S&P500 지수가 5500을 기록할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높게 나오고 시장 및 골드만삭스 예상을 넘는 Fed의 금리 인상이 계속된다면 39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미국 경제가 침체로 접어든다면 3600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주 1월 소비자물가(CPI)가 7.5%로 나온 뒤 BNP파리바는 4900으로 목표 지수를 낮췄고, 야디니 리서치도 5200에서 4800으로 떨어뜨렸습니다. 높아지기만 하던 월가의 S&P500 목표가 낮아지기 시작한 겁니다.

불확실성은 우크라이나 관련이 더 큽니다.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BBC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을 피하고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밝혀 시장이 긍정적 반등을 보였지만, 몇 시간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예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나토에 가입하고 싶다"라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서 다시 증시는 하락했습니다.

또 오후 1시 30분께 CBS 뉴스가 미국 관료를 인용해 "위성 사진을 보면 러시아군이 숙영지를 떠나 공격 태세에 들어갔다"라고 보도하자 주가가 급락하고 변동성 지수(VIX)는 31까지 치솟았습니다. 미 국무부가 키예프에 있는 대사관을 폐쇄하고 폴란드 근처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요 지수는 이런 뉴스에 휘둘리면서 오락가락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49%, S&P500 지수는 0.38% 내렸고 나스닥은 0.23포인트(0.00%) 내리는 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금요일 1.951%에서 이날 1.993%로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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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O글로벌자산운용의 존 애덤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 인터뷰에서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위험을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도 오락가락합니다. UBS자산운용의 마크 헤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여전히 각국의 외교적 노력이 긴장 완화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양측 모두 정치·경제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그러나 "정치·경제적 계산이 과거에 항상 갈등을 예방한 것은 아니다. 군사적 침공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에너지 수출이 장기간 중단될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가능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정학적 사건은 통상 증시에 단기적 영향을 줬지만 "공급 중심의 유가 충격을 동반할 때 시장은 역사적으로 더 큰 손실을 보고 회복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미라 판딧 JP모간자산운용 전략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시장 관점에서 보면 결국 시장은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통화정책 전환으로 많은 불확실성을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판딧 전략가는 "전쟁이 나면 유가와 에너지 가격,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글로벌 성장과 소비에 압력을 가하는지를 통해 증시에 전달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유럽에서는 그 영향이 더 심각할 수 있으며 미국은 조금 더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푸틴 물러서니 금리 폭등…두가지 덫에 갇힌 증시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 장문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고서에 나온 세 가지 시나리오를 옮겨봅니다.

① 제한된 공격=여전히 가능성이 가장 크다. 푸틴은 영토를 더 얻고 싶어한다. 이는 그 어떤 종류의 거래보다 더 중요하다. 하지만 그의 느리고 투명한 행동이 이 시나리오의 약점(푸틴은 과거에 빠르고 단호하며 공격적이었다. 조지아와 크림반도 모두 그렇게 공격했다. 이번에는 왜 천천히 움직이는가. 푸틴이 전쟁보다 거래를 찾고 있다는 증거?)이다. 유럽과 미국 간의 결속력 부족은 제한된 공격 가능성을 높인다. 유럽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지만 시장과 세계 경제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시장 변동성은 커질 것이다.

② 협상을 통한 해결= 여전히 가능하다. 양측 협상을 통해 꽤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가 여부에 대한 합의가 나올 수 있다. 대치 종료는 시장에 큰 위안이 될 것이다.

③ 전면적 침공=가능성이 희박하다. 우크라이나 날씨는 매우 습해서 현대식 기계화 무기에 이상적이지 않은 진흙탕 상태이다. 모든 종류의 전쟁은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중국의 대응이 핵심 동인이 될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를 돕고 있다. 양국은 지난 4일 30년간 에너지 거래 계약을 맺었다. 중국은 '러시아의 은행'이며 이는 제재의 실효성을 더 떨어뜨릴 것이다)

결론=푸틴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공격할 가능성은 적고, NATO 및 미국과의 전쟁을 피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믿는다. 푸틴은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을 찾고 있으며 더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침략 위협을 계속 증가시킬 것으로 믿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