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슨은 모친상 슬픔에 마리화나 복용해 도쿄올림픽 출전권 반납
발리예바의 개인전 출전에 '인종 차별' 주장하며 강하게 비판
[올림픽] 마리화나 검출로 '도쿄 불발' 리처드슨 "발리예바는 백인이니까"
마리화나 복용으로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던 '미국 육상 신성' 샤캐리 리처드슨(22)이 도핑 논란에 휘말린 '피겨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인전 출전 허락 소식에 분노를 표출했다.

리처드슨은 미국시간으로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발리예바와 자신에 관한 글을 연속해서 게재했다.

발리예바의 개인전 출전이 확정된 이후였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4일 도핑 위반 통보를 받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징계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CAS의 결정에 따라 발리예바는 15일 피겨 쇼트프로그램에 정상적으로 출전한다.
[올림픽] 마리화나 검출로 '도쿄 불발' 리처드슨 "발리예바는 백인이니까"
리처드슨의 발리예바 관련 첫 트윗은 "발리예바와 내 상황은 대체 뭐가 다른가.

(도쿄올림픽) 입상이 유력했던 나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슬픔에 마리화나를 복용했는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었다.

나와 발리예바의 유일한 차이는, 내가 젊은 흑인 여성이라는 점"이었다.

"모든 게 피부색 때문"이라고 재차 주장한 리처드슨은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에 금지약물을 복용했는데 이제야 세상이 알게 됐다.

나는 마리화나 복용 후 일주일 안에 양성 판정이 나왔고, 내 명예와 재능이 학살당했다"며 발리예바의 도핑테스트 결과가 늦게 알려진 것에 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리처드슨은 "어떤 흑인 선수도 발리예바와 같은 상황에서 경기 출전 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발리예바가 '젊은 백인 여성'이어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미다.
[올림픽] 마리화나 검출로 '도쿄 불발' 리처드슨 "발리예바는 백인이니까"
현재 미국 온라인에서는 "샤캐리 리처드슨에게 사과한다"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발리예바의 피겨 개인전 출전에 관한 비판의 시각이 담긴 글이다.

리처드슨은 2021년 6월 20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86으로 우승하며 상위 3명이 받는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도핑 테스트에서 마리화나 성분이 검출됐고, 결국 도쿄올림픽 개막 직전에 선수 자격이 '한 달' 박탈됐다.

대표 선발전 기록도 취소되면서 도쿄올림픽 출전권도 잃었다.

미국 오리건주에서 마리화나 복용은 합법이다.

그러나 미국 도핑방지위원회는 '대회 기간 내 혹은 대회 직전 의료용 마리화나를 복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리처드슨은 "도쿄올림픽 미국 육상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오래 떨어져 산) 어머니의 부고를 받았다"며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그런 선택(마리화나 복용)을 했다"고 고백했다.

리처드슨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고, 가정 내 불화도 겪었다.

고교 시절부터 '독립'에 가까운 삶을 살며 우울증도 앓았다.

리처드슨의 마리화나 복용 문제는 미국 육상계를 넘어 사회적인 토론까지 불렀다.

스포츠 스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마리화나는 경기력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라며 "리처드슨은 도쿄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리처드슨의 올림픽 출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규칙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리처드슨이 어려운 일을 겪었고, (도핑 테스트 적발 후) 잘 대처했지만, 규칙은 규칙"이라고 리처드슨의 대표팀 발탁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리처드슨도 마리화나 복용을 시인한 뒤, "내가 어떤 일은 벌인지 잘 안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없다"며 도쿄올림픽 출전 포기를 선언했다.

미국육상연맹은 리처드슨을 제외한 도쿄올림픽 대표 명단을 발표한 뒤 "리처드슨이 처한 상황을 매우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선발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올림픽] 마리화나 검출로 '도쿄 불발' 리처드슨 "발리예바는 백인이니까"
반면, 발리예바는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고 도핑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개인전 출전을 허락받았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25일 러시아선수권대회 때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이달 8일에야 받았다.

지난해 도핑테스트 후 일주일 만에 양성 판정을 받은 리처드슨은 발리예바의 도핑 테스트 결과는 한 달이 넘은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리처드슨 문제를 다룬 미국반도핑기구(USADA)와 발리예바 사건을 접한 RUSADA의 결정은 판이했다.

USADA는 일관되게 리처드슨의 자격 박탈을 주장했다.

발리예바에게 8일 잠정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던 RUSADA는 하루 만인 9일 철회했다.

CAS는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안길 수는 없다며 여자 싱글 종목 출전을 승인했다.

흑인 인권 등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리처드슨은 자신과 발리예바의 도핑 문제도 일종의 '인종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