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양자생명물리과학원 교수와 학생들이 경기 수원 자연과학캠퍼스에서 2020년 말 루크리 원장(두 번째줄 오른쪽 다섯 번째)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성균관대  제공
성균관대 양자생명물리과학원 교수와 학생들이 경기 수원 자연과학캠퍼스에서 2020년 말 루크리 원장(두 번째줄 오른쪽 다섯 번째)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성균관대 제공
한국 인구가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총인구는 5174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2020년 5183만6000명에 비해 9만1000명(0.18%) 감소했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인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는 50년 뒤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이 되는 시간이 빠르게 오고 있다.

인구 감소는 한국 경제의 활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부는 물론 기업과 대학교 등 연구기관은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국가연구협의체는 에너지 분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원천기술 연구를 지원한다. 변호사·변리사 등 전문 자격을 보유한 인력도 대거 함께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 기업들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 등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면서 기업들의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고려대(KU)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협업하는 KU-KIST 소부장 협의체는 국내 소부장 관련 산업체에 기술자문·기술지원·기술이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KIST는 자체 선발한 100여 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고려대는 기업체 임직원 교육을 기반으로 기업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자문인력 추천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성균관대 양자생명물리과학원은 양자역학과 생물학을 결합해 연구하고 있다. 양자생명물리과학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생소한 학문이다. 양자생명물리과학을 선제적으로 육성하면 세계적인 혁신을 선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성대 양자생명물리과학원은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원인 미토콘드리아를 연구하고 있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들 간 정보전달 생체입자인 엑소좀에 대해서도 양자생명물리과학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들 연구를 통해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난제들을 해결하고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의료기술을 개발할 전망이다. 미래를 책임질 기술과 그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성균관대 "세계 최초 양자생명물리과학원, 100세 시대 이끌 것"
양자생명물리과학은 세계적으로도 생소한 학문이다.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과 생물학(biology)이 합쳐진 개념이다. 양자생명물리과학을 알기 위해선 생물학과 양자역학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이해를 해야 한다.

우선 생물학에 대해서 살펴보면 생명 현상이 일어나는 가장 기본 단위는 세포다. 세포들은 모여서 조직을 만든다. 조직들은 또 모여서 심장과 폐, 콩팥 같은 기관을 만든다. 기관들은 다시 또 모여 소화계, 신경계 등 계통을 이룬다. 인간은 여러 계통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생명활동을 한다. 세포의 내부에는 세포핵이 있고 그 안에 유전물질인 DNA가 있다. DNA는 분자로 이뤄져 있다. 분자는 더 작은 원자로 이뤄졌다.

양자역학은 분자와 원자, 그리고 이를 이루는 전자, 소립자 등 아주 작은 세계의 현상을 다루는 학문이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고정관념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다. 하나의 물질이 여러 공간에 동시에 존재한다거나, 벽을 뚫고 지나간다거나 하는 현상 등이다.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중 한 명인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역학을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을 정도로 난해한 학문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 양자생명물리과학원 설립

양자역학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생명의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양자생명물리과학이다. 원자와 분자들의 덩어리가 모여 어떻게 정신이라는 것이 작동할 수 있는지, 물질들로 구성된 육체가 어떻게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지 등이다.

성균관대는 2018년 9월 세계에서 최초로 양자생명물리과학원을 설립했다. 초대 원장으로는 미국 하버드대 의학과 루크 리 교수(사진)가 초빙됐다. 의학과 물리학을 중심으로 전자공학, 반도체공학, 기계공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세계적인 석학 40여 명이 교수진으로 합류했다. 양자생명물리과학원 관계자는 “생물학을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다시 조명하는 양자생명물리과학은 학계와 산업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성대 양자생명물리과학원은 모든 동물 생명체의 에너지원인 미토콘드리아와 세포 간의 정보 전달 입자인 엑소좀을 양자역학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경우 생명체가 나이가 들수록 체내 환경오염 물질 누적에 따라 에너지 대사 활동과 면역 기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암 치매 심장질환 등 심각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노화의 주된 요인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에 기인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체의 발전소와 비슷하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듯 동물은 소화한 영양분에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 의해 에너지 및 대사조절 물질을 생성한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는 10억분의 1m 이하인 ㎚(나노미터) 단위의 세포 내 소기관으로 미토콘드리아를 체외에서 모니터링하거나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자생명물리과학은 양자역학에 기반해 체외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상태를 진단한다. 예를 들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과정을 양자화된 에너지의 이동으로 해석하면서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이나 기능 약화 문제를 진단하는 방식이다.

“노화 없는 100세 시대 열 것”

성대 양자생명물리과학원은 세포가 분비하는 지름 30~150㎚ 크기의 나노입자 엑소좀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세포들은 DNA 등 중요한 생체물질을 엑소좀 형태로 포장해 주고받는다. 최근의 생명과학 연구에서는 엑소좀을 통해 세포의 성장과 손상복원 등의 역할이 수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양자역학을 적용해 엑소좀을 분석하면 각종 질병에 대한 손쉬운 진단이 가능할 전망이다. 부작용 없는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도 높다. 성대 양자생명물리과학원은 생물체에서 배출하는 엑소좀을 포집하고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연구개발 성과에 힘입어 성대 양자생명물리과학원은 세계적인 바이오기업 머크와 양자생명물리과학 기반 연구 개발 업무협약을 최근 맺기도 했다. 성대 양자생명물리과학원 관계자는 “양자역학을 적용한 미토콘드리아와 엑소좀 연구가 궤도에 오른다면 인류는 노화 없는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