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조' 왜 진작 안했을까…온라인 자동차 시장 대폭발 [김일규의 네 바퀴]
온라인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편리한 비대면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신차, 중고차, 수입차 업체 가릴 것 없이 온라인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온라인으로 중고차 사고 팔기 열풍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는 지난해 매출 1조9024억원, 영업이익 71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3.8%, 영업이익은 88.6% 증가했다.

실적 상승의 주된 요인은 케이카의 이커머스 서비스 ‘내차사기 홈서비스’다.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앱을 통해 차량 선택부터 결제까지 모든 구매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내차사기 홈서비스 매출은 7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74.1% 증가했다. 케이카의 오프라인 매출 증가율(22%)의 세 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커머스 판매 대수(4만8655대)는 케이카 전체 소매 판매량(10만9068대)의 44.6%를 차지했다.

온라인으로 중고차를 파는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내차팔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헤이딜러는 최근 누적 거래액 5조 원을 넘어섰다. 2014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헤이딜러는 약 5년 만에 누적 거래액 1조 원을 달성한 데 이어 2년여 만에 5조 원을 돌파했다.

온라인 신차는 없어서 못 팔아

100%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현대자동차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는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이 1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출시 당시 오프라인 판매를 고집하는 노동조합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깜짝 인기’ 수준을 넘어 국내 자동차산업의 판을 뒤집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정보업체 카이즈유에 따르면 캐스퍼 판매량은 지난 1월까지 누적 1만4072대로, 출시 4개월 만에 총 1만 대를 넘어섰다. 작년 9월 말 출시된 캐스퍼는 10월 1733대를 기록한 데 이어 11월 4008대, 12월 3983대, 1월 4186대로 매월 4000대 안팎의 판매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월별 판매량 순위도 크게 올랐다. 작년 10월 21위에서 올해 1월 8위로 수직 상승했다. 인기 차종인 기아 K5(9위), 현대차 투싼(10위)까지 제치며 경형차 중에선 유일하게 판매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까지 겹쳐 출고 대기가 4개월에 이르는 캐스퍼는 없어서 못 파는 차가 됐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앞서나가는 곳은 온라인 판매 채널을 운영하는 BMW다. BMW가 지난달 4대만 온라인 추첨 방식으로 판매한 ‘M4 컴페티션 x KITH 드로우’는 2만4000여명이 몰리며 6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BMW 샵 온라인'은 지난해 5251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0배가량 급성장했다.

테슬라 열풍에 온라인 시장 3조 돌파

국내에서 온라인 자동차 시장을 개척한 곳은 테슬라라는 분석이 많다. 100%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테슬라는 2019년 국내에서 2430대(자동차 정보업체 카이즈유 기준)를 판매한 데 이어 2020년 1만1826대, 2021년 1만7828대로 급성장했다.

온라인 자동차 시장 성장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자동차(용품 포함) 거래액은 3조3170억원으로, 3조 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51.8% 성장한 것으로, 전체 상품군 가운데 성장률이 가장 높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