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도민연대 "재심 결정은 사법 정의 실현하는 역사적 결단"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4·3 희생자 사건에 대한 첫 특별재심이 개시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고모 씨 등 34명이 청구한 제주4·3사건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등 사건에 관한 특별재심을 지난 14일 개시했다고 15일 밝혔다.
34명 가운데 유일하게 4·3 당시 광주형무소에서 복역하다 1950년 숨진 오모 씨의 재심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유죄 판결을 받기 전 오씨가 숨져 '공소기각' 결정을 받아 '유죄의 확정 판결'을 전제로 하는 재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되기 전 미국법에 따라 처벌돼 법리상 재심 대상에 포함될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미군정 육군재판소 재판 피해자는 재심 대상에 포함됐다.
재판부는 재심 결정문에서 "제주4·3특별법 제5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희생자로 결정되기만 하면 같은 법 제14조 제1항은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입법자가 원판결을 한 기관과 관계없이 그 판결의 내용이 제주4·3사건과 관련된 것이라면 대한민국 법원에 그 재심청구에 관한 권한을 부여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밝혔다.
미군정 육군재판소 재판을 거친 4·3 피해자에 대한 재심은 이번이 첫 사례로 수백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유사 피해자들의 특별재심 청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정당한 재심 청구 자격을 갖는 직계존비속이 없는 경우 가장 가까운 유족이 재심 청구 자격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해 4·3 피해자 조카의 재심 청구도 받아들였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재심청구를 도운 4·3도민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재심 청구자 대부분은 미군정의 포고령 2호 등 법령 위반으로 체포돼 재판에 연루됐던 피해자들"이라며 "이번 재심 청구자들과 유족들은 재판으로 청구자들의 무고함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4·3도민연대는 이어 "미군정 하 4·3 일반재판에 대한 재심개시 결정은 대한민국의 사법정의를 실현하려는 역사적 결단으로 평가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재심 결정을 환영했다.
제주4·3 관련 재심 청구자는 총 488명으로 군사재판 관 재심청구자 437명 중 350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18명은 공소가 기각됐다.
일반재판 관련 재심청구자 51명 가운데 4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나머지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