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 사진=연합뉴스
워렌 버핏. 사진=연합뉴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투자의 귀재’다운 면모를 입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수 발표에 앞서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면서다. MS의 인수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벅셔해서웨이가 차익 실현에 나설 경우 ‘잭팟’을 터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벅셔는 지난해 말 유가 상승이 본격화하기 전 미국 정유업체 셰브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다시 한번 선견지명을 보여줬다.

버핏의 기막힌 매수 시점

1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벅셔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 1465만8121주를 작년 4분기에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9억7500만달러(약 1조1667억원) 상당으로 한 주당 약 66.50달러에 사들인 셈이다. 벅셔가 이후 주식을 매도하지 않았다면 현재 보유 가치(이날 종가 81.50달러 기준)는 11억9479만달러로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3개월 만에 최대 2억1970만달러의 차익을 거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블리자드 주가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주택국이 “블리자드가 성차별적 사내 문화를 조성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주가는 56.40달러까지 주저앉았다. 버핏은 이 시기를 ‘매수 타이밍’으로 판단하고 이례적으로 기술주 투자에 나섰다. 이후 블리자드는 대형 호재를 맞았다. 지난달 중순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한다고 밝히면서다. 작년 말까지 60달러 수준에 머물던 블리자드 주가는 올 들어 21% 상승했다. 버핏은 2020년 초까지 벅셔 이사를 지낸 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벅셔는 2020년 셰브런 주식을 처음 매입한 데 이어 작년 4분기엔 투자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벅셔가 보유하고 있는 셰브런 주식은 3824만5036주(44억8805만달러어치)로 전 분기 대비 33% 증가했다. 이로써 셰브런은 벅셔의 상위 10개 투자 종목(비중 기준) 중 9위를 차지하게 됐다. 지난해 4분기 벅셔가 투자 비중을 조정한 업체 가운데 상위 10개 종목은 셰브런이 유일하다.

유가 상승세를 타고 셰브런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만큼 벅셔의 수익률도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셰브런 주가는 지난해 39% 상승한 데 이어 올 들어선 15% 가까이 뛰었다. 셰브런은 연 4.2%의 배당금도 지급한다.

카드·제약사 지분은 일부 매각

벅셔는 누홀딩스 주식 1억711만 주(10억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누홀딩스는 브라질 인터넷 은행 누뱅크의 모기업이다. 작년 6월 벅셔로부터 5억달러를 투자받고 6개월 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보유 지분을 정리한 종목도 있었다. 지난해 4분기 마스터카드와 비자에 대한 투자 비중을 각각 7%, 13% 줄였다. 제약사 투자도 줄여나갔다. 복제약 제조업체 테바 지분을 팔아치웠고 애브비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의 잔여 지분 70% 이상을 매각했다.

벅셔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종목은 애플(1575억달러)이다.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까지 1~4위 종목이 포트폴리오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5~10위는 크래프트하인즈, 무디스, 버라이즌, US뱅코프, 셰브런, 뱅크오브뉴욕멜론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